美국방부 "군사정책 亞위주로 선회…주한미군 재판권 한국에 이양"

  • 입력 2000년 5월 26일 23시 53분


미국은 유럽을 중시해왔던 지난 반세기 동안의 군사전략을 수정해 아시아를 최우선 전략 요충지로 설정해나가고 있다고 미 워싱턴 포스트지가 26일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한 미군의 위상과 역할을 바꿔 과거처럼 우월한 지위를 누리던 것을 포기하고 한국 정부와 협조적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전략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우 이미 북한과의 경쟁에서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승리를 거뒀으며 남은 것은 평화의 조건을 협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아시아가 장차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평가됨에 따라 이같은 전략수정을 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이 신문은 미 국방부가 전략수정을 하게 될 요인으로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가능성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 가능성을 꼽았다.

미국의 이같은 정책전환은 미군 복무형태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며 미국의 외교정책에도 큰 이해관계가 걸린 중요한 문제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지적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점점 강해지는 중국을 상대할 때 1차 세계대전 전 영국이 독일을 과소평가한 잘못을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로버트 리스카시 전주한미군사령관은 미군이 아시아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일본 등에 최소한의 미군을 주둔시킨다는 냉전전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국방부는 해외주둔 미군의 위상변화와 관련해 주한 주일 미군의 범죄에 대해 현지 정부에 재판권을 이양하고, 미군기지를 미군과 주둔국 군이 공동운영하고, 지휘권은 주둔국 장교에게 넘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조만간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지역에 큰 영향력을 미칠 군사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군은 해군력을 중국 지역에 전진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 해군 관계자는 몇년전까지 태평양과 대서양의 군함 배치율은 40대60이었으나 이제는 50대50이며 태평양의 함대 증강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가 수행하는 모의 전쟁 게임도 종전에는 중동과 서아시아 등에 집중됐으나 최근에는 3분의 2 가량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또 일본이 군사대국화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군비를 강화할 경우 일본이 그 뒤를 따를 게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관심은 일본의 군비 증강을 인정하되, 일본이 1930년대처럼 주변국에 대해 세력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모아지고 있다.

미군은 아시아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유럽을 대상으로 개발했던 무기들과는 다른 종류의 무기가 필요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은 장거리 공수능력이 있는 C17 계열의 수송기 등을 많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미군 내에서 육군보다 해군, 특히 공군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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