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외교 訪中성과]中 移通사업 진출 '파란불'

  • 입력 2000년 4월 29일 00시 40분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얻은 성과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 확인과 중국 부호분할다중접속(CDMA)사업에 대한 한국기업의 참여문제에 대해 주룽지(朱鎔基)총리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들은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장관은 이번 방중에서 주총리를 비롯해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 다이빙궈(戴秉國)공산당대외연락부장, 스광성(石廣生)대외무역 경제합작부장 등과 만났다. 이들 중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하고, 중국은 이같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대단히 고무적인 지지발언이 아닐 수 없다.

양국은 6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같은 지지 협조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 예로 중국의 고위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하거나, 북한 지도자들이 중국을 방문할 때면 중국정부는 한국의 포용정책과 그 연장으로서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한국측의 진의를 북측에 설명해 주기로 했다.

‘정상회담 지지 확인’이 정치적 성과라고 한다면 중국 CDMA사업에 대해 주총리로부터 긍정적 언질을 받은 것은 경제적 성과라 할 만하다.

그동안 한국기업들은 중국의 CDMA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으나 2월 ‘중국정부가 CDMA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을 연기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동이 걸리는 듯한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인데 주총리가 한국과의 협력 의사를 공식 언명한 것이다.

중국의 이동전화 가입자는 4200만명에 달하는데 성장속도로 미루어 올해에만 2500만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95년부터 기존의 유럽방식 이동통신(GSM)으로는 폭증하는 가입자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CDMA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동통신 전송방식의 하나인 CDMA는 미국의 퀄컴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으나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술이다. 전문가들은 2000년 말까지 중국 CDMA 시장규모(단말기 포함)가 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업체로는 삼성전자가 1월 시범 서비스업체 가운데 맨먼저 상용 서비스업체로 지정돼 허베이(河北)성에서 20만명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현대전자도 지난해 12월 중국 대당전신과 CDMA단말기 생산공장 설립에 합의했으며, 신세기통신도 차이나유니콤과 CDMA망 구축과 기술제공에 대한 합의서를 교환해 놓고 있다.

또 LG정보통신도 지난해 말 광저우(廣州)에 CDMA 무선가입자망(WLL) 시스템 생산 및 서비스 공급을 위한 합작법인 ‘LG-TOPS’를 설립한 데 이어 단말기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CDMA란?▼

한 주파수를 이용해 여러 사람이 통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이동통신의 전송방식을 말한다. 기존의 아날로그방식보다 통화품질이 뛰어나고 송수신시 고유한 부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통화의 보안성도 뛰어나다. 또 잡음과 혼신이 거의 없기 때문에 컴퓨터 멀티미디어 정보를 송수신하는 데도 적합하다. 여러 사용자가 시간과 주파수를 공유하면서 신호를 주고 받는 다중접속 방식이기 때문에 수용용량이 아날로그방식의 최고 20배에 달한다.

<베이징〓윤영찬·정영태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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