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新경제회의]"美 新경제시대 왔다" 합창

  • 입력 2000년 4월 6일 20시 54분


5일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대규모 회의를 미 언론은 ‘신경제 정상회의’라고 불렀다. 미 경제계를 주름잡는 거물들이 대거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정상회의란 명칭을 붙인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직후인 1992년에 이어 두 번째 소집한 이 회의의 소집시기가매우 절묘했다. 첨단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가 사흘 연속 급락하는 등 증시가 급격히 동요하고 있어 ‘신경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던 시점이기 때문이다.

회의 참석자인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과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 뉴욕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분석가인 골드만 삭스의 애비 코언 수석투자전략가,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교수, 최근 독점금지법 위반 판결을 받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 등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충분한 거물들이다.

이들은 기대대로 일제히 ‘신경제’의 도래를 합창했다.

“미국 역사상 최장기 호황과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경제변혁의 한복판에 있다.”(클린턴)

“생산성의 혁신으로 전후 경제주기와 다른 양상에 접어들었으며 놀라운 기술개량으로 투자수익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그린스펀)

그러나 참석자들은 현재 미국 경제와 증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신중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린스펀의장은 “주식투자와 집값상승으로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부자가 된 듯한‘부의 효과’를 느끼면서 과도한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으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며 또다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교수도 “인플레이션 없이 7.3%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지난해 4·4분기처럼 미 경제가 무한정 높은 성장을 달성할 수는 없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비현실적으로 높은 주가부터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시의 동향과 관련해 코언수석투자전략가는 “증시의 총투자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로저 앨트먼 전 재무부차관은 “증시가 급격히 조정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갈브레이스교수는 “증시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며 최근 증시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신용 융자에 의한 주식투자 제한을 제안했다.

한편 최근 독점금지법 판결을 받아 참석여부가 논란이 됐던 게이츠회장은 신경제에 대한 언급없이 “앞으로 최우선과제는 지구촌에 사는 어린이와 가족의 건강문제가 될 것”이라면서 자선사업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중점을 뒀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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