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세계금융위기 닥친다"…모건스탠리社 연구원

  • 입력 2000년 3월 30일 23시 04분


미국계증권사인 모건스탠리딘위터의 스티븐 로치 수석연구원은 30일 세계금융위기의 발생은 불가피하며 그 진원지는 미국이 될 것이라며 국제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증권투자전략가중 하나인 로치는 이날 모건스탠리의 인터넷홈페이지에 올린 보고서에서 “발전도상국에서는 외환위기가 수습되고 있는 반면 선진국, 특히 미국은 다음번 위기의 발화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위기의 첫 번째 징후는 올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기록적인 경상수지 적자. 증시 활황에 따른 민간 소비 증가와 노동인력 부족으로 점증하는 인플레이션 압력도 불길한 징조다. 이런 위기의 징후는 외환위기 직전의 아시아국가들에서처럼 정책대응의 실패에서 싹텄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그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 관리를 포기한 채 시장상황에 둔감한 정책수단인 금리 조절에만 매달리는 동안 증시에서는 거품이 생겨나 금융위기 재발 조건이 무르익었다”고 주장했다.

최근 업종중심의 투자패턴이 확산되면서 미국증시 투자자가 다른나라 증시에 참여함으로써 위험을 줄이는 포트폴리오투자(위험분산투자)가 불가능해진 점도 위험한 요인.작년말 이후 각국 투자자들이 ‘TMT’(기술주 미디어주 통신주 등의 성장주)에만 몰리면서 TMT가 세계증시의 시가총액의 41%나 장악하게 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

이같은 상황에서 나스닥지수의 지속적 하락은 각국 증시에 재난을 가져오는 한편 1930년대 이래 처음으로 자산 감소에 따른 불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로치는 “나스닥시장의 장기조정, 중국과 대만간의 무력충돌, 일본경제의 후퇴, 유로화 폭락 등 예기치 않은 충격요인에 의해 위기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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