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리콘밸리 정보통신 인재모시기 전쟁…채용예정자도 가로채

  • 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58분


정보통신업체가 즐비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 밸리의 한 웹 디자이너는 A기업의 스카우트 제의를 수락했다. 그러나 헤드헌터들의 제의는 줄을 이었다. 그는 결국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B기업을 택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A기업 채용담당자는 “당신이 우리 회사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었다”며 뜻밖에도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인터넷용 소프트웨어 제조회사를 경영하는 살림 비르지는 최근 6개월간 1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그 과정에서 3명이 출근하겠다고 약속한 날 나오지 않았다. 그는 이런 일을 처음 당했을 때는 그저 의아해했으며 두 번째는 곤혹스러워했다. 세번째 똑같은 일이 있고서야 사태를 알아차리고 전보다 좋은 고용조건을 제시해 원하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국의 인터넷매체인 실리콘밸리뉴스가 21일 전한 정보통신 인력시장의 모습이다.

기업들은 채용 예정인 고급인력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헤드헌터업체인 새너재이 인력인터내셔널의 존 로시카 회장은 “고객 기업에게 채용 예정자를 이사회나 팀회의에 참석시키거나 새 회사 명함을 미리 만들어 주는 등 출근은 하지 않고 있지만 회사의 일원임을 뇌리에 심어주도록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은 입사를 수락한 그날 바로 출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업체의 스카우트 손길이 뻗칠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 기업체 채용담당자는 “예전에는 채용 약속을 하면 그것으로 끝이었으나 이제는 첫 출근을 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보통신 인력시장이 불붙은 것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기업이 탄생하기 때문. 새 회사는 연봉을 배로 높이고 휴가를 늘리고 보험혜택을 다양하게 해주며 기존회사의 고급 인력을 유혹한다. 이에 따라 기존 기업도 스톡옵션을 도입해서라도 고급인력을 붙잡아 두려하고 있다.

일부 기술인력은 최저연봉을 제시한 채 여러 기업과 흥정하기도 한다. 한 인력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이제는 개개인이 인력시장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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