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戰 취재 사진기자, 애덤스-김용택씨 감격 재회

  • 입력 2000년 1월 21일 00시 18분


“오늘의 만남을 32년 동안 기다려왔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입니다.”

목숨을 걸고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 노사진기자들의 만남. 2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에서는 머리가 희끗한 두 노인이 뜨겁게 악수를 나누었다.

1968년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당시 사이공 거리에서 한 베트남 경찰서장이 체포된 베트콩을 권총으로 즉결처형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전 AP통신 기자 에디 애덤스(66)와 전 동아일보 사진기자 김용택씨(68).

김용택씨는 에디 애덤스가 촬영한 순간 직전과 직후의 장면을 촬영했다. 그러나 김씨는 즉결 처형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다. 성난 베트남 경찰들이 권총을 들이대며 김씨를 위협했고 김씨의 팔을 내리쳐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이때 인근에 있던 에디 애덤스가 나타나 “소리(Sorry)”를 연발하며 성난 경찰들을 무마시켰다.

김씨는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생명의 은인을 항상 잊지 못했다”고 떠올렸으며 에디 애덤스는 “당시에는 항상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해야했다”고 말했다.

걸프전 이란 이라크전 등 13번의 전쟁에 종군기자로 참가한 애덤스는 “베트남전 취재 1년만에 너무 힘들어 귀국했으나 군인들의 참혹함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해 다시 전쟁터로 달려갔다”며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사진속의 경찰서장은 전후 미국으로 망명, 은둔생활을 하다 98년 암으로 숨졌다.

김용택씨는 이때서야 비로소 전쟁으로 인한 자신의 고통을 담담히 털어놓았다. 베트남전의 고엽제 후유증으로 80년대말 완전 실명하게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영원한 기자’로 자부해 온 그는 여전히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닌다. 시력은 상실했지만 소리를 좇아 셔터를 눌러서라도 역사적 현장을 지키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빈 두 기자는 다시 한번 뜨겁게 손을 맞잡았다.

애덤스는 뉴욕에서 세계적인 사진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용택씨는 고엽제피해보상금으로 보도사진상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두사람은 21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세계기록사진대전-위트니스 2000’전시장에서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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