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밀레니엄돔 애물단지 추락…14조투자 불구 고장잦아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요란했던 축제의 끝은 후유증일 뿐인가.

새 천년을 맞아 영국 정부가 ‘젊음’과 ‘창조성’ 등을 기치로 건립한 ‘밀레니엄 돔’이 골칫거리로 변했다고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9일 전했다. 예상 외로 관람객이 적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는데다 졸속 건립이란 비난도 높아지고 있다.

넓이 8만㎡의 이 초대형 돔은 국제표준시간대의 기준점으로 ‘시간의 본향’인 런던 그리니치에 세워졌다. 완공에 12억4000만달러(약 14조원)가 들었다. 영국 정부는 올 한해 관람객에게 개방한 뒤 내년에 민간기업에 팔 계획이었다. 1년간 1200만명이 찾으면 건립비용 일부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주일에 유료 관람객이 23만명은 돼야 한다. 그러나 개장 첫주 관람객은 10여만명에 불과했고 갈수록 줄고 있다.

이처럼 관람객이 적은 것은 무엇보다 개장 직후부터 돔 내 여러 주제 전시관이 준비 부족과 졸속 건립으로 말썽을 일으켰기 때문. ‘인체관’에 전시된 대형 심장은 박동을 멈춰 흉물로 변했고 ‘살아있는 섬(島)관’의 기계는 30% 이상이 고장났다. ‘학습관’에 비치된 15개 비디오 중 8개가 작동을 멈췄으며 ‘마음관’의 인공지능 로봇 80%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선데이타임스가 입장객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각 주제관에서 표현하는 내용이 ‘21세기 영국인의 이상’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영국 BBC방송은 9일 연말까지 관람객이 1000만명을 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예상했던 인원보다 200만명이 적은 숫자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관람객이 몰리지 않자 영국 정부는 돔 개관기간을 8개월 정도 연장할 것을 검토 중이며 돔을 매입할 업체 등에는 양해를 구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관 연장을 해도 적자만 늘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건립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했던 특별복권을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발행하자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을 만큼 야심차게 세워진 밀레니엄 돔은 정치적 부담거리로 변한 것이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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