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 4대국 21세기 비전]미국/기술1등국 지위 고수

  • 입력 1999년 12월 31일 19시 05분


《인류의 발전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은 21세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그들의 목표는 무엇이며 어떤 계획을 세웠을까. 21세기 세계의 판세를 가늠하게 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현재의 선진국과 잠재적 선진국 중국의 장기 청사진을 취재했다.》

앞으로 7개월이 지나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보낸 카시니 탐사선이 토성에 도착한다. 2001년 1월이면 목성에 갈릴레오탐사선이 내린다. 카시니는 97년 10월, 갈릴레오는 10년2개월 전인 89년 10월에 발사됐다. 90년대 세계화와 정보화를 통해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굳힌 미국의 21세기 키워드는 우주화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시작됐다.

우주화를 위한 대표적 밀레니엄 프로젝트는 화성에 2030년까지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NASA의 계획. NASA는 이미 화성에 건설할 식민지의 모형도를 비디오테이프로 제작해 각급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 화성에서의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화성에서는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음악은 어떤 소리로 다가오며,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밖에 안되는 곳에서 춤은 어떻게 출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가 전부는 아니다. 젊은 과학인력을 끌어들이고, 이들이 신기술을 연구하는 동안 미국은 계속 다른 나라에 앞서가게 된다.

미국이 우주화에 앞서 선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정보의 빈부격차(Digital Divide) 해소가 그것이다.

미 상무부 조사에 따르면 연간소득 7만5000달러 이상인 도시거주가구는 연간소득 1만5000달러 이하 농촌거주가구보다 20배 이상 높은 인터넷 접속률을 기록하고 있다. 빈부 격차가 정보 격차를 낳고 정보 격차가 다시 빈부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예고하는 통계다. 흑인과 히스패닉계 가구는 백인 가구를 100%로 할 때 인터넷 접속률이 40%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나 인종간 정보 격차도 크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는 작년 12월 17일 ‘디지털 평등을 향하여’라는 보고서를 발표하고 디지털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수립을 약속했다. 원하는 모든 국민에게 인터넷 접속을 보장하고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을 보급하자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미국인들은 21세기에 미국의 지위를 넘볼 강자가 출현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CNN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281명 중 미국을 대신할 초강국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17%인 213명에 불과했다.

최대의 도전은 내부에서 꿈틀대고 있다. 200년이 넘는 백인(유럽 코카서스인종) 지배체제가 21세기에는 무너질 전망이다.

현재의 인종별 인구증가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이후 백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 미 인구통계국은 2050년에는 인구구성이 백인 52.8%, 히스패닉 24.5%, 흑인 13.6%, 아시아태평양계 8.2%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예상은 96년에 나온 것이고 당시보다 히스패닉의 인구증가율이 빨라졌기 때문에 백인의 소수화가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인구학자도 적지 않다.

백인이 절대다수의 지위를 잃을 경우 인종간 힘의 균분을 통한 사회적 통합 아니면 인종간 힘의 과시를 통한 충돌 중 한 가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히스패닉은 가톨릭이라는 종교와 스페인어라는 언어를 공유하고 있는 동질적인 집단이다. 이들이 분리주의적 경향을 보일 경우 미국사회의 혼돈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해결방안은 히스패닉보다는 현재 헤게모니를 장악한 백인이 쥐고 있다. 그들이 소수인종을 주류사회 속으로 끌어들여 사회적 통합을 이뤄낼수록 인종 충돌의 소지는 줄어든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고민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