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지방참정권 '쳇바퀴'…自民 법안처리 약속파기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9시 46분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법제화 문제가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본의 자민 자유 공명당은 지난달 초 3당 연립정권을 발족시키면서 영주외국인에게 지방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3당이 함께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확보는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자민당 내부에서 반대가 나왔다. 특히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정조회장이 소속된 에토―가메이파가 거세게 반발했다. 이 파벌의 시마무라 요시노부(島村宜伸)전문부상은 “졸속처리는 화근을 남긴다”며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총리에게 반대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민당은 9일 3당합의를 깼다. 다만 “자유당과 공명당이 법안을 제출하면 반대하지는 않겠다”며 묵인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그 후 자민당은 3당 간사장회의에서 “당내 의견을 수렴할 테니 법안제출을 유보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의견수렴은 없었다. 오히려 3당은 22일 법안을 제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최근 오부치총리의 자세도 바뀌었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거듭된 요청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3당연립 후에는 “국회논의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물러섰다.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는 이제 중의원 해산시기와 맞물리게 됐다. 내년 초에 중의원이 해산되면 이 문제는 보류될 공산이 크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7월 오키나와(沖繩)에서 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G8)의 정상회담이 열린 뒤에 해산된다면 약간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왜 법제화 반대하나?▼

최근 일본의 신문 잡지에는 영주외국인 지방참정권 부여에 반대하는 글이 자주 실린다. 글을 쓰는 교수나 지식인들은 △지방참정권을 주면 다음에는 국회의원선거권을 요구할 것이고 △일본인 아닌 유권자들이 안보 등 국익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으며 △이는 ‘주권재민’의 법체계와 국가존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투표하고 싶으면 귀화하라고 주장한다.

영주외국인도 세금을 내고 있다는 주장에 그들은 “세금은 이익창출행위에 대한 대가이므로 참정권과 무관하다”고 일축한다.

여성 자유기고가 사쿠라이 요시코(櫻井よしこ)는 “재일한국인의 특별영주권은 한국과 일본의 이중국적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철폐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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