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油價시대 오나]관련부처 대응책 마련 분주

  • 입력 1999년 11월 23일 23시 35분


한국경제가 ‘고유가 쇼크’에 휩싸였다. 국제유가가 이달안에 배럴당 3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회복세 속의 우리 경제에 예상치 못했던 ‘복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가 굳어져 있어 유가 급등은 무역수지와 물가 기업의 채산성 등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수입은 연간 8억7000만달러가 늘고 수출은 1억7000만달러 줄어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10억4000만달러 줄어든다.

삼성경제연구원도 연말 유가를 배럴당 25달러로 볼 때 국민경제성장률은 당초 전망치보다 0.2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배럴당 30달러’라면 물론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유가가 어디까지 뛸 지 가늠할 수 없어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경우 배럴당 1달러 오를 때마다 휘발유 값에 12∼13원 가량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달말에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휘발유값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은 물론 국민생활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고유가 사태가 일반 가정에 석유부족사태까지 가져올 염려는 당장은 없어 보인다. 국내 도입 석유의 3분의 2 가량이 장기계약에 의한 물량이라 공급이 당장 끊길 가능성도 크지 않고 국제유가 상승분이 즉각 100% 국내 유가에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

22일 산자부에서 열린 석유대책 긴급회의에서는 “비축유 방출 등 수급 안정을 위한 단기처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유가가 30달러를 위협하고 원유 공급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비상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산자부는 “25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3개월 이상 계속될 경우 정부는 필요한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향후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한국인들은 올해 오일쇼크를 연상시키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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