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농산물 표시제 논란]일본은 2001년부터 표시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8시 01분


‘복제양 돌리’ ‘게놈 프로젝트’라는 단어가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오르내릴 때도 생명공학기술은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유전자조작 콩으로 만든 두부’ 발표 이후 벌어지는 상황은 이미 생명공학기술이 우리 생활의 한복판에 와 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저녁식탁에 유전자가 조작된 콩으로 만든 순두부찌개 두부전 등이 올라오고 있는 것.

유전자 조작(Genetically Modified) 농산물을 둘러싼 논쟁은 크게 △안전성 △제품표시 △생태계 교란 등 세가지. 아직 우리나라에는 개발에 성공한 GM농산물이 없어 생태계파괴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들어온 GM농산물 때문에 안전성과 제품표시제는 시급한 현안이다.

GM농산물에 가장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유럽은 올 3월부터 소비자가 구입하는 GM농산물이나 가공식품에 이를 반드시 표기토록 하고 있다. 단 콩기름처럼 식품가공과정에서 외래유전자가 소멸되는 식품은 표시의무가 없다.

특히 영국은 9월부터 레스토랑 등 음식점도 GM농산물로 음식물을 만들었을 경우 이 사실을 메뉴에 표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거운 벌금을 매기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아예 GM농산물의 국내 반입과 재배까지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도 여론에 밀려 제품표시제를 시행하고 있긴 하나 실제로는 제대로 지키기 어려운 실정이다. GM농산물을 주로 재배하는 미국이 생산단계에서부터 이를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의 제품표시제를 조사하고 돌아온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관계자는 “유럽의 슈퍼마켓에서 포장지에 GM식품 표시가 찍혀 있는 것을 단 한건도 보지 못했다”면서 “다만 식품업체들이 소비자의 거부감을 감안해 GM농산물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GM식품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01년부터 제품표시제를 시행할 방침. 일본은 농산물의 수입과 가공과정에서 업자가 GM농산물 포함 여부를 증명서를 통해 다음 단계의 업자에게 밝히고 최종식품에는 상표에 이 사실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의 기린맥주도 법시행과 관계없이 “GM농산물을 원료로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

우리 농림부와 식약청도 제품표시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미국이 재배와 유통과정에서 일반농산물과 GM농산물을 구분하지 않고 유통시키고 있다. 때문에 우리 정부는 GM농산물이 얼마나 수입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한해 140여만t의 콩과 옥수수가 수입된다는 98년 생명공학연구소의 추정치가 있을 뿐이다.

미국측이 한국측 요구대로 별도의 유통과정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돈문제가 따른다. 미 곡물협회 한국지사측은 “별도의 유통경로를 확보하려면 추가 저장시설이 필요해 가격이 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품표시제가 시행되면 위법한 제품을 가려내기 위한 공인검사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풀무원의 두부 등에 대한 소보원의 검사방법에 대한 업체들의 이의 제기에서도 드러났듯 아직까지 GM식품인지 여부를 확인할 공인된 검사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원산지증명제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식품업체들이 얼마나 법을 지킬지도 의문이고 표시단속에 들어가는 막대한 행정인력도 문제다.

그러나 GM농산물에 대해 아무런 규제도 없는 미국 역시 최근 소비자단체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소비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제품표시제는 시행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 GM농산물을 구분해 유통시키기 위한 논의가 진행중인 것은 그나마 희망적인 신호다.

<이병기기자> watch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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