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발사 유보선언]北-美 포괄협상 가속도 붙을듯

  • 입력 1999년 9월 26일 18시 58분


북한이 24일 미사일 발사실험 유예를 공식적으로 선언함에 따라 북한과 미국의 12일 베를린합의 후속조치들이 순조롭게 이행되는 분위기다.

북한의 이날 발표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대북 경제제재의 상당부분을 해제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것.

그동안 공화당의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으로부터 미사일발사 실험중단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채 대북 제재를 푼 것은 균형을 잃은 조치라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2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표에 이어 25일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북―미 회담 중에는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확약함으로써 일단 이같은 비난의 근거가 없어지게 됐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실험 유예 발표는 베를린합의에 따른 것.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이 17일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에 관한 발표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시사했었지만 이처럼 분명한 의지를 천명한 것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으나 정확한 발표문구에 대해서는 이면합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처럼 명확한 어조로 미사일발사실험을 유예함에 따라 미국은 페리 조정관이 대북 정책권고안에서 제시한 단기 목표를 예상보다 일찍 달성했고 중기목표인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계획의 완전동결 협상에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한국 정부당국자들도 포괄적 협상에 이르는 사전 전제조치, 즉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북한 미사일발사 유보 선언’이 순조롭게 실행된 만큼 이제 북―미 양측의 협상은 가속도가 붙게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비록 미사일발사 유예시한과 관련, ‘북―미 회담기간 중’이라고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이는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북측의 불가피한 전술적 선택이라는 게 정부측 분석이다.

정부당국자는 26일 “북한에 있어 미사일발사 유보시한은 유력한 대미 협상카드인데 이를 쉽게 버릴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조치에 대해 북한이 미사일발사 유보 선언으로 화답함으로써 내달초 재개될 북―미 회담에서는 △포괄협상 본회담 △미사일 전문가회담 △핵동결 전문가회담 △수교협상 등 추후 벌일 다각적인 협상일정이 순조롭게 논의될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이 ‘회담 중 발사실험 중단’이라는 조건부 유예선언을 한데다 미국도 북한의 태도에 따라 경제제재 완화조치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 양쪽 모두 2단계 협상의 결과를 1단계 합의내용과 연계시켜 놓고 있다.

또 다음 단계에서 북한에 당근으로 사용할 대북 제재의 추가해제를 위해서는 미 행정부가 대북 협상에 회의적인 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향후 협상을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윤영찬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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