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시장 대만지진에 「흔들」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대만 강진(强震)으로 현지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현재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심각한 D램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게 돼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대만의 반도체업체가 집중돼 있는 신주(新竹)지역은 진앙인 난터우(南投) 부근에 있어 전력 및 용수공급이 중단되고 통신망이 두절되는 등의 큰 피해를 봤다. 한 관계자는 “건물에 금이 가고 서 있기 곤란한 수준인 리히터 규모 5.0의 지진이 신주지역을 강타했기 때문에 대만 반도체업체들이 정상조업을 재개하기까지는 앞으로 상당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록 TSMC UMC 등의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는 없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현지 소식통들은 신주지역 반도체단지의 직접 피해액이 1억5700만여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도하고 있어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폭등은 필연적인 상황이다.

▽우려되는 반도체 수급 불균형〓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64메가D램과 16메가D램 등 메모리반도체. 전세계 D램 공급량의 14% 가까이를 생산하는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정상조업이 불가능해져 D램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불과 석달 전만 해도 4,5달러였던 64메가D램(8메가X8 PC100 기준)의 북미 현물시장 거래가격이 공급부족으로 최근 급상승을 거듭하다 현재 15달러선에서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생산시설의 지진피해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7월말 대만 반도체단지에서 발생한 불과 20분간의 정전사고 여파로 세계 반도체 수급에 차질이 생겼던 점에 미뤄 이번 대만 지진이 몰고올 파장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TSMC UMC 등 대만 업체가 생산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위탁생산 물량이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이로 인한 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대의 반도체호황이 눈앞에〓세계시장 관계자들은 대만 지진의 반사이익을 누릴 최대 수혜국으로 한국을 지목한다. D램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해오던 대만 업체들이 경쟁에서 밀려나게 돼 이쪽 바이어들이 국내 업체로 몰려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D램 현물시장 거래가격이 폭등해 고정거래선에 대한 공급가격의 지속적인 인상도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국내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대만지진 특수까지 겹친다면 사상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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