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홀브룩-올브라이트 갈등 예고…클린턴정부 외교라이벌

  • 입력 1999년 8월 30일 23시 39분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58) 유엔대사와 매들린 올브라이트(62) 국무장관이 18개월 남은 빌 클린턴대통령 행정부의 외교업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 같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민주당 내 대표적 외교브레인인 두 사람은 클린턴대통령의 집권 2기 국무장관직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이란 점에 무게를 둔 클린턴대통령이 올브라이트를 낙점, 홀브룩은 눈물을 삼킨 바 있다.

따라서 홀브룩대사가 임무를 개시함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지미 카터행정부 당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국가안보보좌관과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 사이에 빚어진 알력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주위의 눈을 의식해 최근 두 사람이 만나 상호협력을 다짐했다고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미 외교협회(CFR)의 레슬리 겔브 회장은 “두 사람의 성격으로 비추어 볼 때 다소 긴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소보 사태당시 대통령 코소보담당특사로 파견된 홀브룩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연방대통령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었으나 올브라이트장관은 줄곧 무력사용을 통한 승리를 내세우며 협상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홀브룩은 백악관 전략회의에서 국무부의 이같은 강경책을 신랄히 비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유엔대사는 장관급으로 각료회의와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할 자격을 갖고 있어 직제상 국무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갈등요인이다.

더구나 외교관으로 선배인 홀브룩대사는 능수능란한 외교역량과 대 언론 처세술을 갖고 있어 올브라이트장관을 왜소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홀브룩대사는 또 샌디 버거 국가안보보좌관과 절친한 데다 국가안보회의 소속의 크리스토퍼 힐위원을 우군으로 거느리고 있어 국가안보회의를 통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이같은 갈등요인에도 불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를 비롯, 이라크사태 유엔정책 등에 관해 의견 차이가 거의 없으며 스트로브 탈보트 국무부 부장관이 중재역을 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