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주식회사 다시 일어서나]과감한 개혁-구조조정

  • 입력 1999년 7월 12일 19시 25분


일본 금융계에 ‘97년 11월’은 악몽이었다. 증권업계 4위인 야마이치증권을 비롯해 홋카이도 척식은행 산요증권 등이 줄줄이 쓰러졌다. 금융산업의 총체적 파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금융파탄의 직접적 원인은 거품경기 때의 방만한 대출에 따른 거액의 부실채권(정부통계 87조엔). 정부와 금융기관의 유착과 분식결산으로 대표되는 투명성 부족이 금융산업의 신뢰에 더욱 큰 상처를 입혔다.

올들어 일본은 금융불안의 터널을 일단 빠져나왔다. 주가는 1년9개월 만에 1만8000엔대를 회복, 야마이치증권 도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대형 금융기관이 쓰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뒤 정부와 금융기관이 총력 대처한 결과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내각은 부실채권의 조기해결 없이는 금융시스템 안정과 경제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야당과의 대타협으로 작년 10월 금융재생 8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재생불가능할 만큼 부실이 심각했던 일본장기신용은행과 일본채권신용은행에 대해서는 특별 공적관리(일시 국유화)를 통한 정리방식을 취했다.

반면 어렵지만 재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15개 대형은행은 ‘경영 조기건전화 대상’으로 지정,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7조4592억엔의 공공자금을 투입했다. 금융기관 건전화와 파산금융기관 처리, 예금자보호를 위한 금융재생자금은 60조엔에 이른다.

지원과 병행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책임을 물었다. 부실경영으로 특별 공적관리에 빠진 은행의 경영진은 모두 해임됐다. 방만한 융자로 은행을 도산시킨 홋카이도척식은행 전직행장 등은 특별배임혐의로 체포됐다. 상당수의 부실 금융기관 전직 임원들은 퇴직금 반환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미국식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하고 감독업무도 대폭 강화했다. 대장성을 금융행정에서 배제하기 위해 금융재생위원회를 신설하고 금융감독청과 증권거래감시위원회를이 위원회가관리하게 했다.

금융기관도 자구노력에 나섰다. 견원지간이던 미쓰이신탁은행과 주오신탁은행이 합병방침을 밝히는 등 합병과 제휴가 잇따랐다. 19개 주요 은행이 4년간 전체 임직원의 14%인 2만여명을 줄이고 국내외 점포 421개를 없앤다는 구조조정계획도 마련됐다.

이것으로 일본 금융산업이 신뢰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경제의 사활은 일차적으로 여기에 달려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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