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계 거두 3인 한국경제관련 발언]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36분


국제 금융계의 ‘3대 거두’라고 할 수 있는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총재가 9일 각각 다른 측면에서 한국경제에 대해 언급, 주목을 끌었다.

이들3명은이날 미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대출기관 정책협의체인브레턴우즈위원회 연례회의에 연사로 나란히 초빙됐다.

캉드쉬총재는 동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가 이제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나 역사의 저편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하며 “특히 한국의 힘찬 경제회복은 지금까지 몇차례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토록 했으며 현재는 올해 성장이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울펀슨총재는 “한국경제가 호전되면서 오히려 구조개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는 재벌과 은행들에 개혁을 요구하는 압력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개혁세력과의 싸움을 ‘백병전’에 비유하면서 “구조개혁을 시행하기 위해 18개월 전(외환위기 발발시점) 약화됐다가 지금 다시 힘을 얻고 있는 세력들과 맞서 (세계은행 등이) 한국정부와 함께 힘겨운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의 성공여부에 대해 그는 “아직 거창한 성명을 발표하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유보적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는 다시 구조개혁의 문제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울펀슨총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97년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 만났을 때 사회적 안전망을 도입해야 한다는 자신의 의견에 대해 “한국의 현실상 도덕적인 문제 때문에 이를 도입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보였지만 세계은행이 이를 관철시켰다고 회고했다.

루빈장관은 외환위기 당시를 회고하면서 위기의 책임을 채무자들이 일방적으로 감수해야 했던 모순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외환사정이 불안정해질 무렵 당시 한국과 거래하던 미국의 큰 은행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의 재무사정에 대한 의견을 구했는데 많은 액수의 돈을 한국에 투자한 이 은행이 한국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 깜짝 놀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떻게 이같은 문제가 빚어졌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하며 또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외환위기를 일으킨 상당부분의 잘못은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들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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