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4자회담 결산]회의 정례화 합의

  • 입력 1999년 4월 28일 20시 07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의 제5차 본회담이 27일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6차회담이 8월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이 또한 전망이 밝지 않다.

미국의 찰스 카트먼 수석대표는 회담 종료 후 “지금 이 자리까지 오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다”며 “구체적 진전이 있으려면 앞으로도 여러 차례 회담이 필요하므로 1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사실 97년 12월 1차회담 이후 겨우 의제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토의가 이뤄진 이번 5차회담까지만 1년4개월여가 걸렸다.

6차회담 이전에 미국이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보고서를 통해 대북정책을 재점검할 예정이고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에 대한 미국의 현장방문도 예정돼 있어 회담 여건이 달라질 소지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북―미 평화협상 체결을 집요하게 주장하는 한 회담의 진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4자회담 분과위는 전원 합의로 운영되므로 어느 한쪽의 반대가 있을 경우 의제를 채택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번 회담에서도 한국과 미국은 남북한 간 ‘핫라인’ 설치나 주요 훈련 변경통보와 같은 비교적 손쉬운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주한미군 철수 등을 의제화하자고 고집했다.

이에 미국은 1950년 주한미군이 80명의 군사고문만을 남기고 철수했으나 결국 6·25전쟁이 발발했고, 그 후 주한미군 감축도 긴장완화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북한은 같은 주장만 되풀이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4자회담의 정례화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뿐 앞으로 회담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선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한미간에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한 심도있는 대책이 모색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을 설득하지 않는 한 4자회담은 상당기간 평행선을 달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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