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軍 국경침범]알바니아로 화염번져…전쟁 확전우려

  • 입력 1999년 4월 14일 07시 05분


우려하던 대로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의 코소보에서 시작된 불똥이 13일 인근 알바니아로 튀었다.

알바니아는 유고군이 국경마을을 점령했다고 주장했으나 아직 본격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알바니아는 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상군까지 전쟁에 개입하는 엄청난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의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 코소보에 국제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평화유지군의 성격과 형태에 대해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고군이 알바니아를 침공했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미 의회에서도 공습만으로는 코소보 사태 해결이 어렵다며 지상군 투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유고와 알바니아는 코소보 분리문제를 둘러싸고 수십년간 갈등을 빚어왔다. 양국은 특히 89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세르비아대통령이 코소보주의 자치주 지위를 박탈하면서 사이가 더욱 나빠졌다.

알바니아가 코소보 인구 2백만명 가운데 90%를 차지하는 알바니아계 동족들을 지원하자 유고는 알바니아가 코소보의 분리독립을 부추긴다며 비난했다.

유고는몇년전등장한코소보내 무장단체 코소보해방군(KLA)도 알바니아의 지원으로 태어났다고 보고 있다. 이번 알바니아 침공도 유고 세르비아군의 KLA 소탕작전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알바니아는 지난달 24일 NA

TO가 유고 공습을 시작하자 공습을 지지하면서 노골적으로 NATO편을 들었다. NATO가 자국내에 전진사령부를 설치하는 것도 허용했다. 알바니아는 비록 난민 보호명목이지만 최고 8천명의 NATO군 주둔도 허용했다. 알바니아는 이어 12일 영공 및 항구사용권 군대통제권을 NATO에 넘겼다. 이는 사실상 주권을 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강력한 외부의 ‘우산’ 밑으로 자발적으로 들어간 셈이다.

유고에는 알바니아의 이같은 친(親) NATO 정책이 커다란 위협이었을 것이다. NATO가 지상군 투입을 위해 단계적으로 알바니아에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궁지에 몰린 유고가 러시아를 전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알바니아를 침공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유고와 알바니아가 본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면 NATO의 지상전 개입이 불가피하고 러시아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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