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核협상 타결]힘얻은 포용적책…남북대화 진전은?

  • 입력 1999년 3월 17일 19시 04분


북한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의 사찰에 관한 북―미협상이 원만히 타결된 것은 북한의 군사적 모험노선이 야기할 수 있는 한반도 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군사적 행동이나 제재가 아닌 대화를 통한 대북문제 해결은 우리의 지상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던 이른바 ‘한반도 위기설’의 뇌관을 제거했다는 단기적 성과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다.

미국이 복수(複數)사찰을 통해 북한의 핵의혹을 검증하는 대가로 북한이 대규모 식량지원을 얻어낸 협상결과는 양측간에 신뢰의 기초를 쌓아 북―미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영향권에 편입되는 속도를 가속화하는 측면이 있다.

아울러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작성할 대북정책보고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행정부가 금창리 협상 결과를 토대로 의회의 대북강경론을 설득할 경우 “한 미 일이 북한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자”는 포괄적 대북접근 방식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의 경우엔 일단 긴장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북한이 당분간 ‘선미후남(先美後南)’정책을 고수하게 될 개연성도 있다. 북한이 미국을 통해 식량을 확보하고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굳이 한국에 대해 ‘아쉬운 소리’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 협상에서 대북식량 지원을 인도적 문제로 간주해 정치적 문제를 다룬 합의문에 그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앞으로 식량지원과 이산가족 문제를 연계하려는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총체적으로 볼 때 이번 협상은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사찰 결과에 따라서는 북―미간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핵의혹이 사실이면 북한이 핵동결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고 사실이 아니라면 미국의 입장이 난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미간에는 북한의 미사일개발과 수출을 둘러싼 현안이 남아 있는 만큼 협상 타결보다는 앞으로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기흥기자·워싱턴〓홍은택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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