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세지는「중국위협론」…핵기술유출 파장 증폭

  • 입력 1999년 3월 15일 19시 54분


핵탄두 소형화 기술의 중국 유출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중국 위협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예비주자들이 이 사건을 중국포용정책을 펴고 있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비판에 연결시켜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공화당의 대선출마 희망자중 한 사람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14일 “미국 전체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다른 예비주자인 스티브 포브스와 패트릭 뷰캐넌은 후속처리를 잘못한 책임을 물어 샌디 버거 국가안보보좌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14일자 워싱턴포스트지는 “근본적으로 이번 사건 자체보다도 미국의 안보관련 시설이 중국인 과학자들에게 개방되고 있는 상황자체가 더욱 위험한 일일지 모른다”고 중앙정보국(CIA)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같은 중국위협론의 확산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적지 않다.

헨리 키신저 전국무장관은 “단 하루도 중국을 공격하는 신문기사가 나오지 않을 때가 없을 만큼 중국위협론이 과장된 채 유포되고 있다”며 “마치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향해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개탄했다.

키신저 전장관은 14일자 뉴욕타임스지와의 회견에서 “이번 사건이 중국과의 외교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면서 “정치인이나 외교관들이 외교정책을 대중에게 설득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점점 중국과의 정면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릴리 전 중국주재대사 역시 이 신문과의 회견에서 “외교와 첩보사건은 분리해야 한다”면서 “간첩사건이 일어나면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범인을 색출한뒤 처벌하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버거 보좌관은 이 사건의 후속처리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사임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룽지(朱鎔基)중국총리의 내달 방미 때 클린턴대통령이 핵기술절취를 문제삼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미중 양국간의 외교쟁점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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