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貨 휘청…출범 2개월만에 對달러가치 7% 하락

  • 입력 1999년 3월 3일 19시 42분


‘화려한 데뷔’ ‘당당한 등장’. 올 1월1일 유럽단일통화 유로 출범은 그렇게 주목됐다. 그러나 출범 두달을 넘긴 지금 유로화는 뜻밖의 약세를 보이며 휘청거리고 있다. ‘달러 유일 기축통화시대’를 종식시킬 것 같던 출범 당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일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화 가치는 한때 1.0884달러까지 내려가 출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강세를 보였던 1월13일의 1.1698달러보다 7%나 떨어진 것.

유로화는 2일 1.0929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워낙 기력이 쇠약해 본격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유로화 약세는 우선 유럽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4일 열리는 정책회의에서 연 3%인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유럽에서는 디플레이션 조짐이 감지되는 등 경기침체가 완연하다. 독일의 1월 소비자물가는 0.2% 떨어졌으며 프랑스도 0.3% 하락했다.

반면에 미국경제는 예상밖의 호조를 보이며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유럽 침체’ 보다는 ‘미국 강세’가 유로 약세의 더 큰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사실은 유로화가 일본 엔화에 비해서는 제값을 지킨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프랑스 경제일간지 라 트리뷘과 레 제코도 2일 ‘유로화, 견실한 미국 경제의 희생양’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경제 활황이 유로 약세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올해초만 해도 유럽경제는 떠오르고 미국은 퇴색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아시아와 남미의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작년 4·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예상치를 웃도는 5.6%였으며 1월중 가계소득과 소비지출도 각각 0.6%, 0.3% 증가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당초 1.5%로 예측했던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2월중순에 2.5%로 상향조정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당초 전망치 2.2%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OECD는 내다봤다.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유럽기업의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 한 유로화가 약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좌파정권 일색인 유럽 각국의 재무장관들도 실업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나머지 유로약세를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다는 분위기여서 유로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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