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貨 출범…‘유럽합중국’ 첫 발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유럽 11개국의 단일통화인 유러가 1일 0시(현지시간)에 공식출범했다. 이 시간부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통화동맹(EMU) 참가 11개국에서 유러화가 법정 통화로서의 지위를 확보했으며 11개국의 기존 통화는 외환시장에서 퇴장, 유러의 환율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종속통화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9.4%, 세계 교역량의 18.6%를 차지하는 세계최대의 단일통화권 ‘유러랜드’가 탄생했으며 ‘유럽합중국’출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날부터 참가국의 통화신용정책 권한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귀속돼 공동 금융통화정책이 실시된다. 다수 국가가 자발적으로 통화주권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창출한 것은 사상 초유의 실험으로 유러는 미 달러화에 버금가는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EU) 15개국 재무장관들은 지난해 12월31일 유러와 11개 참가국 통화간 교환비율을 확정발표했다.

유러의 출범은 11개 참여국의 통화혁명일뿐만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의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혁명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지속돼온 달러화 중심의 일극체제가 달러와 유러가 분점하는 이극체제로 바뀌게 되는 것.

이는 또한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력의 배분 문제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유럽 각국의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로 국제금융계에서 누리는 지위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외환보유고 세계 2, 3위인 중국과 대만을 비롯해 상당수 국가들은 위험분산을 위해 올해부터 외환보유고의 일부를 유러로 대체할 예정이다.

일본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대장성 차관은 “유러가 대성공을 거둬 달러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통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유러 양극체제로 재편될 경우 일본 엔블록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문제는 유러가 어느 정도까지 달러를 대체하느냐는 것. 이는 유러의 안정성 및 유동성과 직결된다. 유러가 기축통화로 정착하려면 낮은 인플레를 기초로 통화가치가 안정돼야 한다.

문제는 달러가 유러로 전환되는 속도.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경제나 세계경제에 충격을 줄 만큼 급격한 전환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허승호기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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