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유號로 본 실태]동남아해역은 「해적의 나라」

  • 입력 1998년 12월 29일 19시 30분


실종 3개월만에 배이름이 바뀐 채 발견되고 선원과 화물은 감쪽같이 사라진 ‘텐유호 미스터리’를 계기로 해적행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적들은 전세계 바다에 출몰하고 있으며 특히 동남아 해역은 ‘해적 왕국’으로 불릴 만큼 해적들이 설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말라카해협과 남중국해가 해적들의 주된 활동무대다.

해적들은 쾌속선에 로켓포 기관총 수류탄 전자봉 무전기 등으로 중무장하고 있으며 적발되더라도 투항은 커녕 군경과 교전하는 등 날로 흉포화되고 있다. 특히 약탈후 선원들을 엔진을 뜯어낸 배에 그대로 묶어 방치하거나 바다에 수장까지 하는 등 잔혹행위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의 말라카해협은 하루에 선박 2백여척이 왕래하는 해상항로의 요충지로 10여년전부터 해적들이 활개치고 있다.

89년 28건이었던 이 해역에서의 해적행위는 91년 50건으로 절정을 이뤘다가 92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3국이 해양경찰을 창설해 단속을 강화하면서 다소 수그러졌다.

대신 필리핀 중국 홍콩을 잇는 남중국해가 새로운 위험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 세계 해적피습건수 86건 중 40건이 남중국해에서 발생했다. 또 해적떼의 습격으로 26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으며 1백8명이 인질로 억류되기도 했다.

IMO는 “최근 해적사건의 80%가 동남아 해상에서 발생했고 이중 70%는 남중국해상에서 일어났다”며 “신고를 안하는 경우도 많아 실제 피습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적들은 상선과 화물선은 물론 최근에는 유조선에 특히 눈독을 들인다. 경제난으로 암시장에서 기름의 환금성(換金性)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IMO는 92년 10개국 전문가들로 특수조사팀을 구성해 해적들을 추적하고 있지만 별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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