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라크공습 결산]국제사회 비난만 초래

  • 입력 1998년 12월 20일 19시 59분


미국과 영국이 연 나흘간 실시한 대(對)이라크 공습은 과연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까. 미 국내 일각에서도 이번 ‘사막의 여우’작전이 군사목적과 정당성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한 ‘부적절한 공격’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효과는 적었으며 국제사회의 분열과 함께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권력기반만 더욱 강화시켜 주었다는 반응이다.

▼공습목표 달성했나〓미 국방부는 이번 공습에서 이라크내 89개 공격목표 중 △완전파괴 또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은 방공시설과 정보본부 등 18개이고 △중간 정도의 타격을 입은 곳도 18개이며 △20개는 전혀 파괴되지 않거나 경미한 피해만 본 것으로 평가했다.

헨리 셸턴 미 합참의장이 이번 공습에 대해 “일부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는 했으나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실토했다.

특히 화학 및 생물무기 관련시설은 노출될 경우의 위험성때문에 공격대상에서 제외됐다.

바스라정유소를 폭격한 것은 91년 걸프전 이후 이라크가 유엔의 경제제재를 위반하며 이 항구를 통해 매년 1억달러의 석유를 밀수출하면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권력유지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기 때문.

공습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상군 투입을 배제한 채 주로 미사일 및 전폭기 등 공습에 의존했기 때문. 여기에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 등 미동맹국의 거부로 이들 나라의 지상기지에 배치된 미국 전투기와 폭격기의 발이 묶인 것도 효과적인 공습을 어렵게 했다. 항모 엔터프라이즈의 함재기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의 B52 폭격기 및 쿠웨이트와 오만에 배치된 소수의 공군력에 의존해야 했다.

▼국제사회의 분열〓미국은 이번 공습으로 국제사회의 분열된 여론을 수습해야 하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되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중국이 이번 공습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유감을 표시해 미국은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미국이 다음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러시아에 급파하겠다고 밝힌 것도 ‘초가집에 옮겨붙은 불’을 끄기 위한 것이다.

이번 공습에 대한 아랍권의 거센 반발도 미국의 향후 중동전략 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후세인의 입지〓결과적으로 후세인은 이라크 국민의 반미감정에 호소해 자신의 권력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유엔의 무기사찰 채널이 폐쇄되면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프로그램 재건에 국제사회의 감시수단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후세인의 축출이 미국의 중동전략에 반드시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도 미국의 고민이다. 현재 수니파 이슬람이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는 남부에선 시아파가, 북부에선 쿠르드족이 유혈분리운동을 펴고 있어 자칫 ‘제2의 레바논’사태가 빚어질 우려가 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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