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사히신문 사설 「과거사 미화」에 경종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39분


일본 아사히신문은 8일자 사설에서 일본사회 일각에서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일본은 과거 아시아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음은 사설 요지.

우익성향 만화가 고바야시 요시노리의 만화 ‘전쟁론’이 인기다.

이 만화에는 생각해 볼 만한 지적도 있다. 가령 “50여년전 일본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전쟁을 했다. 상대는 중국대륙의 공산당 국민당군 미국 네덜란드 영국 등이다. 교과서에 실린 것처럼 태평양전쟁이라면 미국과만 싸운 것 같지만…”같은 내용이다.

그렇다. 41년12월8일에 진주만과 말레이반도를 공격해 미국 영국과 개전한 뒤에도 중국과의 전쟁은 계속됐다. 중국 침략이 미영(美英)과의 대립으로 이어져 아시아를 더욱 큰 전란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읽다보면 ‘전쟁론’의 기술(記述)은 바뀐다.

“동아시아에서도 일본은 아시아인과 싸우지 않았다. 아시아를 식민지화하려는 구미(歐美)제국주의자와 싸웠다”는 표현이나 “우리도 자랑으로 삼지 않으려는가. 차별주의자 백인과 싸운 조상을 가진 사실을…”이라는 내용도 있다.

전쟁상대였던 중국은 어디로 갔는가. 일본이 식민지로 만든 한반도도 사라져 버린다. 다른 아시아는 거의 언급조차 안된다.아시아 침략사실을 외면하려는 풍조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95년 국회의 사죄결의에 반대한 오쿠노 세이스케(奧野誠亮) 전법무상이 “우리들이 싸운 것은 미국 영국으로 아시아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다.

패전후 일본의 일반적 시각은 “말도 안되는 전쟁에서 곤욕을 치렀다”는 정도였다. 자신을 가해자로 여기는 발상은 없었다.

냉전이 끝나고 아시아 각지에서 일본에 대해 사죄와 보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뒤 처음으로 과거를 바라보게 됐다. 특히 한국과 필리핀 위안부출신 할머니들이 소송을 낸 의미는 크다.

개개의 비참한 문제를 파고들다 보면 그 토대인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눈을 돌리게 되고 역사인식의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이를 막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전쟁 긍정론이다. 젊은이들이 이런 책을 읽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양한 견해와 주장을 알고 일본의 나아갈 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다보면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오만해도 되는 겁니까. 일본은 아시아에서 무슨 일을 했습니까.”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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