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북정책 틀 다시 짠다…수위낮춘 발언 잇따라

  • 입력 1998년 11월 25일 19시 17분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게 될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역(전 국방장관)이 23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미국은 페리 대북정책조정역의 기용을 계기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지하시설에 대한 의혹은 물론 미사일개발 등 모든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사안에 대한 개별적인 접근이 아니라 모든 현안을 포괄적인 틀에 집어넣는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페리조정역은 대북 강경파가 우세한 미 의회의 요구로 임명됐기 때문에 행정부와 의회의 교량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북정책이 상당히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으나 현재 미국내의 상황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북한에 지하시설의 의혹 규명을 요구하며 강경대응했던 미국이 최근 들어 발언의 수위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21일 한미(韓美)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대북 포용정책을 재확인한 뒤 일어나고 있는 눈에 띄는 변화다.

북한 지하시설에 대해 커트 캠벨 국방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23일 “우리가 갖고 있는 증거는 불완전한 것”이라고 말했고 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이 지하공사가 핵시설로 가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고 꼬리를 내렸다.

북한이 당장 사찰을 허용하지 않으면 94년 북한과 제네바에서 맺은 핵동결협정의 무효선언으로 치달을 것 같았던 분위기가 “긴급한 사태는 아니다”(캠벨 부차관보)라는 상황인식으로 바뀌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관리는 “처음부터 미국쪽의 분위기가 한국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강경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후퇴는 한국정부가 한반도 긴장조성에 반대하는 한 외교적 수단 이상으로 북한을 압박하기가 어렵다는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미국이 제네바합의 준수를 촉구하고는 있으나 이 합의에는 북한의 핵동결을 확인할 방법은 물론 연구목적의 핵개발에 대한 제재규정마저 없다.

이에 따라 페리 조정역은 현재의 강온 양면을 적절히 조정하면서 포괄적인 대북정책의 틀을 다시 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