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하핵시설 의혹]美 『더 기다릴수 없다』강경

  • 입력 1998년 11월 20일 19시 14분


《북한이 평북 금창리에 짓고 있는 지하시설이 핵시설일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래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해 현장 사찰을 수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한국은 이 지하시설이 ‘핵시설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면서 대북 포용정책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미국은 ‘핵시설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21일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의 지하핵시설 건설의혹에 대한 미국측의 대응이 갈수록 강경해지는 인상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의 지하공사에 대한 미국측의 발언을 보면 “핵시설 건설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상당한 증거(a great body of evidence)”(12일 국무부 고위관리)→“핵관련시설로 사용하려고 의도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compelling evidence)”(18일 카트먼 특사)→ “의심스러운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실체적 증거(substantial evidence)” (19일 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로 강도가 높아졌다. 19일에는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까지 나서 “의혹 해소를 위해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다”는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북한 금창리에서는 굴착공사만 진행되고 있을뿐 아직 시설은 들어서지 않았다는 것이 한미 양국 정보소식통의 일반적인 평가다. 그런데도 미국은 문제의 공사가 핵개발에 관련된 증거를 갖고 있다고 거듭 밝히면서 증거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 단계를 미국 정부가 금창리에 핵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문제가 커지는 것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즉 공사의 규모 등으로 미루어 핵관련 시설을 위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사찰을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시설이 들어서지 않아 확실한 증거를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또 제네바합의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는 강공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네바합의에 따르면 경수로의 핵심부품이 인도되는 시점(2003년경으로 예상)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의 핵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특별사찰을 실시한다는 것이 유일한 사찰관련 규정이다. 그때까지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미국은 제네바합의가 또다른 우려대상인 미사일 문제를 포함하지 않은 것도 허점으로 여긴다.이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를 북한과 미국의 모든 관심사를 포괄하면서 강한 구속력을 동반하는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또 대북 강경론이 우세한 의회의 독촉에 쫓기고 있다. 의회는 99회계연도 대북 예산지출의 전제조건으로 북핵 의혹 해소의 시한을 내년 5월31일로 설정했다. 미 행정부는 북한과의 협상은 길고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해결을 서두르는 것 같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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