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평등 연구」센교수, 노벨경제학상 당연』

  • 입력 1998년 10월 15일 19시 43분


“세계의 불평등 문제에 주목한 인물에게 마침내 노벨경제학상이 돌아갔다”.(유엔 식량농업기구 대변인)

“말없는 약자들에게 발언권을 부여한 셈이다”.(유엔개발계획 대변인)

14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인도 벵골출신의 아흐마르티아 센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교수(65)가 선정된 이후 유엔 등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NGO) 및 빈국들의 환영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같은 열광적인 반응은 이례적이다.

그에 대한 찬사는 무엇보다 그가 깊은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가슴의 경제학’을 추구해온데서 비롯한다. 후생경제학자인 그는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을 괴롭히고 있는 빈곤과 기아를 퇴치하는데 학문의 목적을 둬왔다.

그동안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주로 계량경제학과 신자유주의파 등 ‘머리의 경제학’에서 나온 것과도 차이가 있다.

그는 9세의 어린 나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전시하의 극심한 인플레 속에서 수만명이 굶어 죽어가는데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던 그는 배고픔을 몰랐다. 성장하면서 이 기억은 그를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했고 결국 기아문제 해결에 평생을 바칠 결심을 하게 했다.

59년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73년 인도 파키스탄과 사하라사막 인근국가에 닥쳤던 기아문제 해결에 매달렸으며 이후 유엔개발계획(UNDP)자문위원 등으로 세계 빈곤퇴치에 앞장섰다.

그는 철저한 민주주의 신봉자다. 민주국가는 선거라는 검증과정을 통해 국민의 빈곤을 몰아낼 수 있지만 독재국가는 극소수 권력엘리트의 배만을 더욱 불릴 뿐이라는게 그의 지론.

그는 “민주주의의 부재는 국민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한 국가의 복지와 후생은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체제와 노동요소 등을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세계를 휩쓸고 있는 ‘세계화’ 개념에 대해서도 그는 “교육 토지개혁 보험 실업대책 등 사회안전망이 구축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국민을 늑대우리속에 던져넣는’ 무자비한 경쟁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친구의 기일을 맞아 뉴욕에 머물다 수상소식을 들은 그는 “빈곤문제에 국제적 관심이 모아지는 계기가 돼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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