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新한일관계下]망언…사과…「악순환고리」끊어야

입력 1998-10-02 18:11수정 2009-09-24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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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언(妄言)과 반성, 반성과 망언.

65년 국교정상화 이후의 한일(韓日)관계사는 망언과 반성의 근세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과거사 때문이었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때 시작된 국교정상화 회담(한일회담)은 일본측 회담대표의 망언으로 첫 장을 열었다. 일본측 대표인 구보타(久保田)는 53년 회담 때 “일본의 36년간 한국통치는 한국인들에게 은혜를 베푼 것”이라고 발언, 회담은 개최 15일만에 결렬됐다. 이후에도 일본 각료와 정치인들의 망언은 계속됐고 우리는 그때마다 항의하고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시나리오와도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반면 우리 정부는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거나 일본총리가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천황이나 총리의 과거사 사죄와 반성을 요구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총리가 83년 방한(訪韓), “한일 양국간에 유감스럽게도 과거의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엄숙히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이후 일본은 숱한 ‘반성’을 했다.

정상회담이 있을 때면 양국 외무부관리들이 과거사 반성의 표현과 수준, 심지어 자구(字句)하나를 놓고 힘든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90년 5월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방일 때 아키히토(明仁)천황이 “한국 국민이 겪었던 고통을 생각하고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하자 이른바 ‘통석의 염’이라는 표현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거사의 각론격인 군대 위안부 문제, 원폭피해자 및 사할린 한인문제, 재일한국인의 법적 지위문제 등 현안 해결에 진전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식의 깊은 골은 메울 수 없었다.

우리 정부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진정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런 반성 위에서만이 이른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가 펼쳐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홍순영(洪淳瑛) 외교통상부장관이 최근 사석에서 “일본은 역사교과서에 과거사를 올바르게 기술하고 기회있을 때마다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방일 때도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이번 방일이 반성과 망언의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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