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삶의 질」 추락…경제난-대량실업-근로환경 악화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48분


아시아 각국이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대량실업으로 인한 실직과 생계곤란, 근로환경 악화, 인권유린 등 각국민의 삶의 질이 총체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등 외지들은 “동아시아 노동시장이 무법과 부패의 바다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며 “비인간적인 저임금과 노동착취, 인력송출사기, 강제매춘, 노예와 다름없는 용역계약 등이 아시아의 새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외국언론들은 “아시아인의 꿈은 깨지고 있으며 삶의 질도 다시 추락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시에는 거지와 창녀들이 금년 들어 엄청나게 늘었으며 어린이들이 먹을 것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20년전으로 되돌아간 풍경이다. 이 도시의 빈민촌에 사는 하와미(37)는 “작년말 남편이 일자리를 잃은 뒤 가족 5명이 푸성귀를 넣은 멀건 죽으로 연명하고 있다”며 “이제는 남은 것이 없어 판잣집까지 팔아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인도네시아 실업자수가 2천만∼3천만명에 이를 것이며 전체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1억여명이 월수입 4달러(약 5천원)에 못미치는 빈곤선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업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근로조건도 악화됐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대표적인 예.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한 의류공장에 일하는 방글라데시인 무프테르 아마드(27)는 “월급 1백달러를 받고 하루 10시간 일하면서도 툭하면 공장경비원 등에게 구타를 당한다”며 “고국에 돌아가봐야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강제추방이 두려워 불평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한국 일본 대만등에 취업했던 동남아 저개발국이나 중국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도 대거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실업사태로 자국민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정부는 최근 한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뒤 밀항해온 방글라데시인 1백5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을 매춘시장에 내다파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90년이래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에서 매춘을 위해 태국으로 들어온 소녀와 부녀자가 8만명”이라고 보고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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