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부,美-日 채널통해 「러 속뜻」파악 시도

입력 1998-07-27 19:34수정 2009-09-25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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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의 마닐라회담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한국정부는 극도의 당혹감에 빠졌다.

무엇보다 ‘외교관 맞추방사태’의 수습기회가 될 줄 알았던 한―러 외무장관 회담분위기가 갑자기 경화된 원인을 한국정부는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박장관을 수행한 외교통상부 아태국장, 북미국장까지 나서서 미일(美日)채널을 통한 진의파악까지 시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파악된 정보로는 러시아정부내 외무부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해외정보국(SVR)간의 조직갈등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단편적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즉 SVR가 최근 공식논평을 통해 한―러간 외교분쟁이 종결됐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것은 러시아와 한국 정보기관간의 갈등이 종결됐다는 의미일 뿐 러시아 외무부는 외교관 맞추방사태 과정에서 심각한 위상실추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반작용이 이번 마닐라회담에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주러 한국대사관의 조성우(趙成禹)참사관 추방 및 발렌틴 모이셰에프 부국장 구속을 주도한 FSB의 니콜라이 코발예프 국장이 25일 경질되자 러시아 외무부가 ‘반격’에 나섰고 우리가 그 ‘희생양’이 됐다는 풀이정도가 나오고 있을 뿐이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러시아 외무부는 한국 정보당국이 ‘러시아 외교관들의 금전수수 관행’을 공공연히 거론한데 대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박장관은 마닐라회담이 실패로 끝난 직후 청와대와 긴급연락을 취해가며 어떤 식으로든 프리마코프장관과의 재회동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고 귀국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별다른 러시아 설득카드가 없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러시아측이 그동안 줄곧 타진해온 러시아제 무기구매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교관 맞추방사태’ 이후 러시아와의 접촉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었다고 장담해온 외교통상부의 입장만 난처해진 셈이다. 이는 30억달러 경협차관까지 호언해가며 서두른 6공정부 북방외교의 ‘거품’이 걷히면서 나타난 한―러 관계의 현주소일 뿐이다.

외교통상부는 아직까지도 ‘도대체 러시아가 왜 이러는지’를 놓고 표피적(表皮的) 논란만 거듭하고 있을 뿐 근본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한―러관계의 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닐라〓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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