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달부터 집 마음대로 사고판다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36분


13억 중국인민의 생활여건이 혁명적 변화를 맞고 있다.

국가가 모든 것을 제공해주던 사회주의적 복지정책은 사라져 가고 각 개인이 능력껏 해결해야 하는 경쟁사회체제로 변하고 있다.

주택무료분배제가 1일부터 전면 폐지된 것이 대표적 변화. 소속기관이나 회사에서 형식적 임대료만 받고 공짜로 나눠주던 주택제도는 사라졌다. 자본주의 국가처럼 집도 사고 파는 ‘상품’이 된 것.

이제 중국의 직장인들은 주택보조금을 받는다. 보조금에 개인돈을 보태 ‘내 집’을 사라는 것이 정부 방침. 광저우(廣州)시정부의 경우 일반공무원은 월 2백33위안(약 3만9천원), 과장급은 4백67위안(약 7만8천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이미 주택을 무료 분배받은 사람은 일정한 돈을 내면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자신의 개인소유로 등기,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된다.

50년대 초에 만들어진 퇴휴금(退休金)제도도 사라질 운명이다. 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정년퇴직하면 월급여의 63∼100%를 받아 노후생활을 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퇴휴금 지급 대신 양로(養老)보험 가입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이 일정액을 공동으로 부담해 보험에 가입한 뒤 퇴직후 보험금으로 생활하는 방식이다.

공비(公費)의료제도도 개혁 대상이다. 도시의 직장종업원과 그 가족의 의료비를 국가나 직장에서 전액 공금으로 해결해줬으나 의료비의 일정비율만 대주거나 매월 일정액의 의료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병원마다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의료제도 개혁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무료로 대학교육을 시켜주는 대신 졸업하면 국가가 직장을 배치해주던 제도도 지난해 완전 폐지됐다. 또 평생직장 보장을 의미하는 이른바 ‘철밥통(鐵飯碗)’도 거의 사라졌다.

중국정부는 중앙부처 간부급 공무원의 47%를 줄이는 대작업을 이미 진행중이다.

개혁개방 20년, 생활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거센 변화의 바람에 중국인들은 기대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분위기다. 능력만 있으면 발전의 기회가 무한히 주어지지만 사회주의적 보장제도의 해체로 생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

베이징(北京)의 한 대학교수는 “중국에서 공산당 통치의 정치를 제외하고는 이제 사회주의의 흔적을 인민의 주변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heb86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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