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中반환 1주년]1국2체제 순항…겉으론 평온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31분


‘일국양제(一國兩制·사회주의체제하의 자본주의제도)’와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에 의한 홍콩통치)’.일찍이 덩샤오핑(鄧小平)이 홍콩과 약속했던 두 원칙은 지난해 7월1일 홍콩이 중국에 귀속된 뒤로도 충실히 지켜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주권귀속 1년을 맞는 홍콩의 표정은 뜻밖에 덤덤하다. 장래를 낙관하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간간이 불안감도 엿보인다.

▼현지 표정〓‘새로 찾은 생일’ 1주년을 맞는 홍콩의 분위기는 1백55년간의 영국 식민지통치를 끝내고 주권을 되찾던 1년전의 뜨거웠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언론도 차분하다.

홍콩특별행정구가 계획하고 있는 1주년 기념행사도 조촐하다.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이 1일 오전 국기게양식에 참석하고 저녁에 홍콩 각계인사 1천명을 초청, 만찬을 베푸는 게 고작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1년간의 정치상황과 일상생활에서 주민들이 ‘변화’와 ‘불이익’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우속에 치러진 5·24 입법회선거에서는 60석의 입법의원 중 주민들이 직접선거로 뽑는 20석 가운데 13석을 민주진영이 차지해 홍콩인들의 민주화 의지를 잘 보여줬다.

6월4일 톈안(天安)문사태 9주년 기념일에는 홍콩중심의 빅토리아공원에서 4만여명이 우산을 받쳐들고 촛불시위를 벌였으나 홍콩당국은 이를 못본 체 했다.

리주밍(李柱銘)민주당주석이 “중국이 홍콩정치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둥젠화(董建華)행정장관 등 홍콩지도부에 대한 신뢰도도 괜찮은 편이다.베이징(北京)당국은 홍콩의 번영과 안정이 자국 이익에 직결돼 있고 대만과의 평화적 통일에도 선례가 된다는 것을 인식해 종전과 같은 자율을 주는 ‘인덕(仁德)정치’를 펴고 있다.

그렇다고 홍콩 주민들이 중국통치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민주계 정당인 ‘전선(戰線)’의 에밀리 라우 의원은 “지금은 시계추가 중간에 머물러 있지만 왼쪽으로 급격히 흔들리면 홍콩의 모든 것은 끝”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시각〓‘홍콩회귀’1년을 중국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일국양제’의 실험장으로서 법적 측면이나 주민들의 실생활 측면에서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있다는 판단이다. 장언주(姜恩柱)신화통신 홍콩분사장은 “홍콩시민은 기본법에 규정된 광범한 권리와 자유를 향유하고 있다”며 “홍콩의 과도기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관리는 “홍콩이 전환기를 넘기고 있는 것은 중국이 정치적으로 홍콩의 자치를 완벽히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홍콩회귀 1년을 장밋빛만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인민일보 타오스안(陶世安)기자는 “수많은 다국적 기업이 계속 홍콩에 남아 장기적 발전을 기약하고 있는 것은 홍콩의 장래가 낙관적임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우려속에 희망을 표시하는 어투다.

〈황유성기자·베이징〓황의봉특파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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