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빅3」, 내달11일 월드컵 합동공연

  • 입력 1998년 6월 26일 19시 21분


월드컵은 성악팬들에게 또다른 의미의 향연이다.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 등 이른바 ‘빅3’테너의 합동공연이 열리기 때문이다.

7월11일 새벽4시(한국시간) 에펠탑 앞 광장에서 열리는 3차 ‘빅3’월드컵 합동공연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백여개국에 TV로 생중계된다. 빅3 공연은 왜 인기를 끌어모을까. 세사람의 위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잠들지 말라(Nessun dorma)…”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주제음악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속의 아리아였다. 밤을 새며 경기를 시청하는 전세계 축구팬들의 마음에 이 노래는 강렬한 메시지로 와닿았다. 끝에 최고음으로 고조되는 ‘승리하리라(vincero)’는 가슴 두근거리며 승전보를 기다리는 축구광들에게 마음의 메아리와도 같았다. ‘빅3’합동콘서트는 이 대회의 대미(大尾)를 장식하는 이벤트로 기획됐다.

결승전 전날 로마시대 유적인 카라칼라 욕장(浴場)에서 열린 콘서트는 정체된 클래식 시장에 일대 돌파구가 됐다. 전세계에서 팔린 실황음반만 1천3백만장. 클래식 음반계에서 부동의 세계 최고 기록이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도 신화는 이어졌다. 다저스 구장에서 열린 2차 ‘빅3’콘서트는 전세계에서 13억명이 TV로 시청했고 CD 비디오테이프에서 티셔츠에 이르는 막대한 품목의 ‘3테너 상품’을 만들어냈다.

엄청난 ‘3테너 경제’는 이들의 전세계 순회공연으로 이어졌다. 96년 이후 세사람은 10개국에서 공연을 가졌고 총 입장객수는 1백만명을 헤아린다.‘빅3’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공연을 가지겠다”고 밝혔다.

‘빅3’는 누구나 인정하듯 우리 시대 최고의 성악가다. 70년대 이후 20여년간 세 가수는 감히 도전받기 힘든 안정된 기량을 선보여 왔으며 각자의 개성은 절묘하게 서로의 부족분을 채워주고 있다.

파바로티가 천진하고 유쾌한 주인공을 노래하는 동안 도밍고는 심각한 열정의 주인공을,카레라스는 시적이고 나약한 인물을 표현하며 서로의 지지자들 사이에 불꽃튀는 토론장을 제공했다.

그러나 세월은 황금의 목소리에도 노령의 더께를 입히는 것일까. 대중적 인기와 별도로 전문가들은 “예술적 측면에서 빅3의 시대는 마감됐다”고 말한다.

파바로티는 밝고 서정적인 목소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91,92년 전형적인 드라마티코(劇的)테너 레퍼토리인 ‘오텔로’‘팔리아치’에 잇따라 도전했지만 비평가들의 혹평을 들었다. 이후 파바로티는 눈에 띄는 새 음반을 내놓지 못하며 이혼 스캔들로 인기하락까지 맛봐야 했다.

87년 백혈병으로 쓰러진 카레라스는 1년동안의 눈물겨운 투병 끝에 재기했다.이후 그는 한동안 선전했지만 90년대 들어 역시 과거와 같은 예술적 성취를 남기지 못하고 있다. 도밍고만 유일하게 90년대 이후 독일 프랑스 오페라에 연속도전하면서 표현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2002년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의 나이는 각각 68,62,57세가 된다. 한국 일본의 성악팬들은 은퇴한 ‘전설의 스타’들이 펼치는 회고공연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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