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연립정권 붕괴]보수-진보 계약동거 4년만에 파경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일본의 자민 사민 신당사키가케 등 3당 당수가 1일 ‘각외(閣外)협력’체제 종식을 공식 합의, 4년간 계속돼온 연립정권이 막을 내렸다.

이로써 일본 정계는 93년 8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총리를 정점으로 한 ‘비(非)자민’ 연립정권을 탄생시킨 지 5년도 안돼 다시 자민당 일당체제로 환원했다.

이날 3당 당수회의가 끝난 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양당의 협력을 얻어 총리 지명을 받았던데 대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가능한 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3당 연립정권은 94년 6월 사회당(96년 1월 사민당으로 개명)이 비자민 연립정권을 이탈, 자민당과 손잡고 사회당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위원장을 총리로 지명함으로써 시작됐다.

그러나 ‘약세 총리’였던 무라야마는 96년 1월 자민당의 하시모토총재에게 총리자리를 넘겨줬으며 자민당은 같은해 10월 중의원 총선거를 통해 과반수에 육박하는 의석을 확보하는 등 약진을 거듭했다. 이 선거에서 사민당과 신당사키가케는 참패했다.

특히 사민당은 연립정권에 들어간 뒤 과거 당론과 달리 자위대를 인정하는 등 강력한 야당으로서의 입지를 상실,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당했으며 이 공백을 공산당이 파고 들어 당 존립이 위험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

따라서 이번 사민당의 연립정권 이탈은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당내 분열이 심한데다 연정에 참여하면서 보여준 친여(親與)이미지를 단기간에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자민당은 그동안 중의원에서 과반수(2백50석)를 확보한데다 7월 선거를 통해 참의원에서도 과반수를 차지함으로써 양원에서 명실공히 자민당 단독정권을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자민당은 특히 ‘옛 친구’인 공명세력을 끌어들이면 정권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3당 중 가장 곤혹스러운 정파는 신당사키가케. 사민당 이탈에 따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연립정권을 빠져 나왔지만 존재의의가 없어져 공중분해 위기다.

이번 연립정권의 붕괴는 4월말 4개 야당이 민주당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새로운 제1야당을 탄생시켰던 정계의 ‘빅뱅’도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자민당 단독여당 대(對) 10개 가까운 군소야당의 대결구도로 바뀐 일본 정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자민당 일당 주도의 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상삼특파원〉yoon33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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