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삼두체제」 하비비-위란토-라이스,얼마나 갈까?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1980년 ‘서울의 봄’처럼 안개속에 가려진 인도네시아 정국.그러나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바차루딘 하비비대통령(61), 위란토 국방장관겸 통합사령관(50), 이슬람계 재야지도자 아미엔 라이스(54)의 ‘삼두(三頭)마차 체제’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은 상호 견제와 협력, 대결과 타협을 거듭하면서 곧 인도네시아의 ‘개혁열차’가 달려갈 레일을 깔 전망이다.

어느날 갑자기 권력을 승계한 하비비는 이미 민주화일정 추진의 ‘관리자’역할을 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최고 권력집단인 군부를 배경으로 한 위란토사령관은 벌써부터 강온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면서 막강한 ‘실력자’로 자리매김했다.

학생과 재야의 지지를 등에 업은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 대표 라이스는 국정쇄신과 대개혁을 주장하면서 대권 ‘도전자’의 출사표를 던졌다.

20년간 장관직을 지내다 올3월 부통령에 당선된 수하르토의 적자(嫡子) 하비비는 누가 뭐래도 헌법에 따라 권력을 승계했다. 따라서 2억 인도네시아의 ‘통수권’이 있는 그가 자리를 물러날 때까지 ‘로봇’으로만 있을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한계를 정확히 알고 위란토 및 라이스와 긴밀히 대화하는 등 현명하게 처신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은 역시 위란토. 권력의 무게중심이 점차 군 최고실력자인 그에게 옮겨가는 분위기다. 더욱이 22일 수하르토의 사위인 프라보 수비안토 전전략군사령관을 축출, 군 내부의 경쟁자도 없다. 기반이 약한 하비비체제를 굳이 지금 무너뜨릴 이유가 없어 무대 뒤에서 세력을 다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군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로 통할 만큼 인기가 높은 그는 이번 시위때 학생들의 요구에 동조하면서도 ‘수하르토 재산조사 불가’방침을 고수하는 등 양측을 아우르려는 듯한 처신을 하고 있다.

라이스도 향후 정국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칠 인물이다. 95년 회원수 2천8백만명인 이슬람단체 무하마디야에서 98.5%의 경이적 지지율로 대표가 됐을 만큼 흡인력과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어 야권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만하다.

이들은 당장 권력의 향배를 놓고 대회전을 벌이는 대신 당분간 융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개혁을 이루며 아울러 경제개혁까지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물론 정치와 경제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도 있고 정치개혁 주장의 내용에도 상당한 거리가 있기는 하다.

이같은 삼두마차의 밑바닥에는 ‘시민혁명’의 주역인 대학생과 막강한 영향력의 미국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자카르타〓김승련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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