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결산]대중성 「점수」-「실험적 영화」탈락

  • 입력 1998년 5월 25일 20시 02분


올해 칸 영화제는 여느 때보다 쟁쟁한 거장들의 영화가 대거 출품돼 ‘작가들의 잔치’가 되리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수상결과만 놓고 본다면 올해의 칸은 난해한 작가영화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중영화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 듯하다.

황금종려상을 탄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는 그의 전작들인 ‘배우들의 여행’ ‘율리시즈의 시선’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 이 영화의 수상은 칸이 거장에게 바치는 경의의 표현이라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인생은 아름다워’도 지난해말 이탈리아에서 관객몰이에 성공한 대중적인 영화이며 남녀 주연상을 탄 ‘내 이름은 조’ ‘천사를 꿈꾸는 삶’도 대중성이 두드러지는 작품들이다. 심사위원장 마틴 스콜세지가 개막전 ‘독창적인 영화’를 누누이 강조했던 것과 달리 ‘4월’ ‘상하이의 꽃들’ ‘구멍’ ‘바보들’ 등 형식의 실험성과 내러티브의 독특함이 두드러져 기대를 모았던 영화들은 모두 수상대열에서 탈락했다.

국제비평가상 심사위원인 영화평론가 이명희씨는 “경쟁작 리스트에는 어느 해보다 작가영화가 많았지만 수상결과는 상식대로 건전한 B급영화와 대중적인 영화에 상이 돌아갔다”고 평했다.

그러나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올해 칸 영화제를 장식한 목록들은 스타일과 형식미가 풍성해지고 사실주의 미학과 형식주의 미학의 대조가 두드러져 어느 해보다 칸의 체면을 한껏 살려주었다는 평.

한꺼번에 4편의 영화가 공식 비공식 부문에 진출하며 기대를 모았던한국영화들은수상에까지이르지는 못했지만 미학적인 노력과 감독 특유의 스타일 등이 현지에서 호평을 받는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영화제의 성공에 비해 세계 3대 견본시가운데 하나인 칸 필름마켓은 올해 아시아 경기침체의 여파 등으로 눈에 띄게 저조했다.

필름마켓에 참여한 비즈니스맨들은 71개국에서 온 4천2백55명. 1만여명이 몰렸던 지난해의 3분의1 수준이다.

한국영화의 판매실적 역시 부진했다. 삼성영상사업단이 일본 싱가포르 독일에 ‘런어웨이’와 ‘물위의 하룻밤’ 등 액션과 에로물을 팔았고 삼성과 함께 ‘코리안시네마’부스를 운영했던 영화진흥공사의 판매실적도 저조했다.

예외가 있다면 영구아트무비가 출품한 ‘용가리’정도. 배급사인 브림스톤과 MFI측은 지금까지 중국 독일 러시아 남미 등에 3백만달러가 넘는 판매실적을 올렸다고 주장한다. 말그대로라면 지금까지 한국영화 판매실적 가운데 최고 수준.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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