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동남아금융위기 득실 분석]수입가 내려 물가안정

  • 입력 1998년 2월 8일 20시 48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세계경제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각국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환율하락에 따라 높아진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남아국가들이 경제위기타개를 위한 수출확대 총력전에 나설 경우 세계경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동남아국가들의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같은 수출총력전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에 빠진 아시아 국가들을 지원키로 한 선진국들은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의 상황을 놓고 열심히 주판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관심의 초점인 미국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미국의 경우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소비자들의 경우 수입상품의 가격하락으로 더 싼 값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미국의 소매체인업체인 월마트의 경우 지난해 12월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7%나 늘었다. 지난해 9∼12월의 석달간 소비자물가도 전년 동기대비 0.5% 하락해 수백억달러의 세금을 깎아준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장기금리도 떨어져 대부분 장기로 돈을 빌려 조달하는 미국시민들의 주택구입비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국민들의 주택구입 계약건수가 최근 11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원유수요가 줄어들면서 미국의 원유 수입가격도 지난해 여름 이후 30% 이상 떨어져 기름가격이 최근 몇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자동차 왕국인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큰 복음이다. 미국 시티은행이 태국의 은행매입을 추진하는 등 미국 기업에 의한 아시아 기업의 인수 합병도 급증할 전망이다. 아시아 업체들의 자산가치 하락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특히 경쟁력이 높은 미국 금융기관들의 진출이활발해져앞으로아시아에서 미국 은행지점들을 맥도널드 햄버거 체인점 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시아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미국기업들이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값싼 상품이 미국시장에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미국기업의 도산을 가져오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 수입이 늘어나는 반면 미국 상품의 수출은 어려워져 무역수지가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구매력 감소로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올해 0.5∼0.75% 정도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한 경제정책연구소는 “건설장비를 아시아에 판매하는 캐터필러사의 경우 아시아 건설경기 퇴조로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은 최근 미국 의회에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1백80억달러 출자계획 승인을 요청하면서 “미국 수출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룡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