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어업협정 일방파기 이후]公海 「무정부상태」로…

  • 입력 1998년 1월 22일 19시 46분


일본정부가 한일어업협정의 일방파기 방침을 굳힘으로써 양국간 어업분쟁은 끝내 파국을 맞게 됐다. 일본측이 이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자국내 압력에 밀린 ‘무리수’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양국이 그동안의 협상에서 주요 쟁점들을 대부분 해결, 타결을 눈앞에 둔 상태임에도 일본정부는 정치권과 수산업계의 압력에 떼밀려 일방파기를 선택했다. 이는 향후 새 협상은 물론 양국관계 전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김영삼(김영삼)대통령과 김대중(김대중)차기대통령이 20일 청와대 회동에서 이를 강력히 경고했음에도 일방파기를 강행함으로써 양국은 당분간 날카롭게 대립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아 있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협정 대상수역의 동쪽한계와 배타적어업수역(EEZ)의 폭을 설정하는 문제다. 협정 대상수역의 동쪽한계와 관련, 한국은 동경 136도, 일본은 동경 135도를 주장해 왔고 배타적어업수역의 폭에 대해서는 한국은 34해리, 일본은 35해리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일방파기를 공식 통보해 오더라도 현행 협정 제10조에 따라 협정은 1년간 유효하며 이 기간에 새 협정을 맺지 못하면 이후 자동 폐기된다. 하지만 새 협정 체결에 실패, 1년후 협정이 폐기되더라도 양국은 82년 체결한 제3차 해양법조약의 구속을 받게 된다. 인접국가로서 양측 경제수역의 경계선을 왕래하는 어족에 대한 자원보존 및 개발에 책임을 지게 돼 ‘완전한 법적 공백’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국 주변수역(공해)은 당장 ‘무정부 상태’가 될 공산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양측이 나름의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는 그동안 해양수산부측이 거듭 밝혀 온대로 일본의 일방파기에 맞서 양국간 합의사항인 ‘자율규제조치’를 파기하는 것이다. ‘자율규제조치’는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출어어선 척수 △조업수역 △조업기간 △조업방식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 조치는 일본의 주변수역이 상대적으로 수산자원이 풍부, 한국어선의 일본 주변수역내 출어가 많기 때문에 일본에 유리한 것이었다. 한국어선이 일본 주변수역에서 제한없이 조업할 경우 일본어민들의 불만이 증폭돼 일본정부는 새 협정을 빨리 체결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본측은 ‘자율규제조치’를 위반한 한국어선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일 가능성이 커 양국간에 심각한 마찰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어업협정의 일방파기는 양국관계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일본의 일방적 조치로 인해 한국인의 반일감정이 격화해 양국관계는 급속히 냉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 정부는 일단 일방파기에 대한 대응조치를 어업분야에 국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양국은 김대중정부 출범직후 새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측이 이미 ‘마지노선’인 최종안을 내놓은 상태이고 일본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문 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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