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주는 고언과 격려/佛]『재벌 이젠 안통한다』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8분


“단기적으로는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경제개방 및 금융개혁을, 장기적으로는 경제 및 사회체제 개혁을 통한 발전모델을 수정해야 한다.” 프랑스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제발전에 걸맞은 궤도수정을 제때 하지 못한데서 현재의 위기가 발생했다면서 수구적이고 폐쇄적인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을 충고했다. 시사주간지 르 포엥의 파트릭 보나차경제부장은 “한국은 견고한 산업기반과 고도의 노동력, 높은 저축률 등 중요한 장점들을 가진 나라”라면서 “위기발생의 원인을 제대로 제거하면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특정 재벌에 대한 집중 지원과 이에 따른 왕성한 투자로 발전의 동력을 얻어온 한국의 전략은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한계에 이른 것은 △내수시장에서는 포화상태이고 △해외시장에서는 선진국과 후발개도국의 협공에 밀려 경쟁력이 떨어졌으며 △이런 상황에서 과거처럼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빚을 끌어쓰는 투자형태였다고 지적했다. 발전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았다. 그는 “한국은 그러나 조선 철강 자동차 텔레비전 비디오 메모리칩 등의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주요생산국이고 원화의 평가절하로 수출경쟁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최악의 사태는 모면한 만큼 향후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른 내부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변화해야 할 분야로 △정부 은행 기업간 관계의 근본적 탈바꿈 △시장의 폐쇄성 해소 △재벌의 영향력 약화 등을 들었다. 아시아 경제문제 전문가인 국립사회과학연구소 장 라파엘 샤포니에르 연구원의 충고도 비슷하다. 그는 “한국경제와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는 중세 봉건영주와도 같은 재벌의 힘을 줄이는 것이 재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5년 엔고에 힘입어 일본을 바짝 추격할 때가 구조조정의 적기였으나 재벌들은 무리한 시설확장에만 치중한데다 정부 정책도 이를 부추겨 허송세월했다”고 아쉬워했다. 샤포니에르는 그러나 “한국민은 전세계에 자랑할만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룩한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당장은 힘들겠지만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격려했다. 그는 이어 규모가 커진 경제규모에 걸맞은 정책과 경영의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경제는 자전거와 같아서 속도가 빨라지면 균형을 잡는데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르몽드지 경제전문기자인 피에르 앙투안 델로메는 “두달간 계속된 금융위기의 경제적 사회적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기업도산과 대량해고가 몰고올 사회적 마찰을 한국이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분열된 모습을 보일 경우 외국투자자들로부터 다시 한번 불신을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리〓김상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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