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대출회수 움직임…시중銀 외화자금난 가중

  • 입력 1997년 11월 27일 20시 04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중은행의 외화자금난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 유럽계 은행들이 만기가 된 외화대출금을 전액 회수할 움직임이어서 연말이 두려운 형편. [CP발행등 단기차입 끊겨] ▼국책은행 사정〓산업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국가신인도 하락 여파로 해외 단기차입줄이 사실상 끊겼다. 비교적 외화자금에 여유가 있었던 기업은행이 24일 만기가 돌아온 2억3천만달러 기업어음(CP)을 차환발행(어음을 갚기 위해 새로 어음을 발행하는 것)하지 못하고 전액 현금으로 갚아줘야 했다. 이 은행 이경준(李敬俊)국제금융실장은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CP발행 등 단기차입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러다보니 국내 시중은행이나 종금사에 외화를 빌려줄 여력이 없다』고 털어놨다. [종금사 부채인수 큰 부담] ▼시중은행 사정〓조흥 외환 한일은행 등 종금사의 외화 자산 부채를 강제로 떠안은 대형 시중은행들은 벌써부터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인도 하락 및 외화자금난을 우려하는 문의전화가 쇄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50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되는 종금사 외화부채가 워낙 악성인데다 종금사 외화자산도 즉각 팔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선발 시중은행들 스스로가 이달 들어 거의 매일 한국은행의 자금지원을 받아 외화자금을 메우고 있는 상태여서 종금사 외화부채 강제인수는 큰 부담이 될 전망. [일 금융위기에 영향받아] ▼일본 유럽의 대출회수〓금융관계자들은 그러나 일본 및 유럽계 은행의 대출금 전격회수를 더 걱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연말 결산도 앞두고 있지만 일본 금융계 자체가 최대의 금융위기에 직면, 다른 나라로부터 대출금을 회수당하고 있는 처지여서 한국 금융기관에 외화대출금을 내줄 여력이 없다는 것. 현재 국제 금융시장에 형성된 「저팬 프리미엄」은 0.40∼0.50%에 달한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총 외화차입금의 40%가량을 일본계 은행에 의지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연말까지 최소한 30억달러를 상환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유럽계은행도 현재 한국정부가 IMF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구제금융 규모 2백억달러가 너무 적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 대출한도를 줄이고 있다. 이들은 최소한 6백억∼8백억달러를 받아야 한국의 외환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신인도 추가하락 우려] ▼신인도 추가하락 우려〓금융계 일각에서는 한국이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구조 조정 본격화 → 기업 연쇄 도산 → 은행 부실채권 양산 → 금융기관 부실화」가 가속화 할 것으로 우려, 국가 신인도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은행의 신용등급은 순차적으로 하락, 「투자시 요주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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