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구제금융, 엄청난 대가 치른다…泰-印尼 사례

  • 입력 1997년 11월 18일 20시 13분


지난 7월 이후 계속된 통화가치 하락과 경제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급전(急錢)을 얻어쓰는 만큼의 희생을 치르고 있다. 낭비와 무절제 행정무능으로 인한 대가이다. 이들 나라 국민과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 IMF는 구제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자유무역과 경제개방 및 개혁을 위한 「조건」을 제시,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들에 대해서만 자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태국〓지난 8월 1백72억달러를 향후 3년간 지원받기로 한 태국은 3백70억달러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58개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해 일시적으로 업무를 정지토록 했다. 업무정지 기관은 태국정부와 IMF의 협의에 따라 늘어날 수도 있다. 이들 기관은 비상포고령에 의해 설립된 금융재조정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이들 부실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이 앞으로 10년간 100% 소유권을 가질 수 있으며 10년이 지난 후에도 5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이 애써 키워온 금융기관들이 외국기업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태국은 또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 및 환율안정을 위해 내년 9월에 끝나는 98년 회계연도에 「재정수지흑자 1%」를 달성키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태국정부는 내년 예산의 11.8%인 1천억바트(27억달러)를 긴급 삭감했다. 또 세수증대를 위해 2000년 1월까지 한시적으로 「사치품」에 대해 세금과 관세를 2∼10% 올렸으며 자동차 수입관세는 80%나 올렸다. 예산삭감으로 취소된 사업중에는 철도 도로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건설이 많아 경기침체와 실업자 증가가 불가피하게 됐다. IMF차관을 들여왔던 차왈릿 용차이윳 전 총리가 경제실정으로 실각한데는 내부 불만 못지 않게 IMF 차관제공 조건 충족에 불성실하다는 IMF 등의 비판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져 IMF차관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여줬다. ▼인도네시아〓지난달 31일 2백30억달러의 IMF차관을 쓰기로 한 인도네시아는 다음날인 11월1일 16개 부실은행을 즉각 파산처리했다. 또 수하르토 정권이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인도 국민차사업도 재조정했다. 우리나라 기아자동차로부터 무관세로 부품을 수입해 국민차(티모르)를 생산키로 했던 이 사업은 미국 일본 등이 불공정무역이라며 이의를 제기, 세계무역기구(WTO) 중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였다. 인도네시아는 IMF차관 도입조건을 맞추기 위해 국민차 사업을 앞장서 추진해온 수하르토 대통령의 둘째 아들 밤방을 퇴진시켰다. 인도네시아는 또 향후 3년간 생산시설에 투자하는 외국 업체들에 인도네시아내 배분 및 소매권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20년이상 국가가 독점해 온 보리 마늘 밀 등 농산물에 대한 수입권을 포기했으며 화학 금속 등 공산품에 대한 수입관세도 대폭 인하했다. IMF는 이미 협의된 조건의 이행 등 지속적인 감독 관리를 통해 차관을 받는 국가들의 경제정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셈이다. 〈구자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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