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무역전쟁」본격화]美슈퍼301조 왜 발동했나?

  • 입력 1997년 10월 2일 07시 52분


미국이 한국을 자동차시장분야 우선협상대상국관행(PFCP)으로 전격 지정함에 따라 한미간 무역분쟁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은 당초 한국측이 제시한 일련의 양보안, 즉 형식승인과 절차의 간소화, 관세인하, 자동차세제 개편 추후협의 약속에 대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였고 우리측 협상 대표단도 조심스럽게 타결을 낙관했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가경제위원회(NEC)회의에서 슈퍼301조를 발동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급전했다. 이같은 방향선회에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자동차업계의 이른바 빅3의 집요한 로비와 압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앤드루 카드 미자동차제조업자협회(AAMA)회장은 상하원의 관련 지역구 의원들을 총동원, 막판까지도 백악관과 상무부 무역대표부(USTR) 등을 상대로 집요한 투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한국을 PFCP로 지정했다고 해서 당장 무역보복이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양국은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재협상을 벌이게 되며 재협상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무역보복조치를 취하게 된다. 보복조치는 통상 미국에 수입되는 한국산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한국은 지난해 7월 통신시장 분야에서도 슈퍼 301조의 PFCP로 지정됐었고 이후 재협상을 가졌으며 협상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미국은 지난 8월 한국의 통신시장 분야를 PFCP지정에서 해제했었다. 미국의 PFCP지정에 대해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로 맞설 수 있으나 미국이 무역보복조치를 취하고 난 후에야 WTO에 이 문제를 제소할 수 있기 때문에 대응수단으로서의 효력여부는 미지수다. 미국이 한국이 처한 정치 경제적 상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PFCP로 지정한 것은 외형상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96년기준 0.62%)이 너무 낮다는 불만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00년에 연간 생산능력 6백만대에 이르게 될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 또는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국민차 생산경쟁에서 GM이 한국의 기아에 밀린데다가 최근 대우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업계의 활발한 동구진출에 큰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국무부를 비롯한 일부 관련 부처들의 슈퍼301조 발동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해 PFCP로 지정한 것은 통상문제가 전통적인 안보동맹관계에 우선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음을 증명한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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