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자동차협상 난항]美,한국車 기세에 두려움

  • 입력 1997년 9월 13일 18시 22분


한국과 미국의 자동차협상 2차 실무회의가 사흘동안의 실랑이에도 불구하고 매듭을 짓지 못하고 3차 회의로 이어지게 됐다. 『회의 분위기는 전보다 좋았다』는 것이 한국측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협상 타결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최대의 쟁점은 역시 미국측의 관세인하 요구와 배기량에 따른 차등과세 폐지 요구. 한국측이 허용키로 한 형식승인 간소화, 할부금융 확대 등은 우리 자동차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왔던 것들이어서 어차피 시행했어야 할 사안들이다. 결국 앞으로의 협상은 한국측이 관세인하와 차등과세 폐지요구를 어떻게 피해가느냐에 집중된다. 미국의 요구와 관련,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측의 「자동차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진짜 걱정하는 것은 세금이 아니라 한국자동차업계의 생산량 급증과 이로 인한 미국의 해외 자동차시장의 잠식에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3백60만대. 이중 국내시장에서 팔린 차는 1백64만대여서 약 2백만대가 남아돌았다. 여기에 내년부터 삼성이 가세하면 2000년까지 한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간 6백만대에 이를 것으로 집계된다. 내수용 자동차수를 연간 생산량의 절반 정도로 본다면 2000년에는 현재보다 더 많은 자동차가 남아돌게 된다. 미국은 남아도는 한국산 차들이 결국 해외시장으로 몰리게 되고 따라서 미국산 차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이미 인도네시아 국민차생산 경쟁에서 GM이 기아에 밀린 쓰라린 경험이 있다. 대우의 동구 진출도 심각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미국 자동차제조업체협회(AAMA)가 최근 『한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그대로 두면 자동차수출에서 미국은 수십억달러를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협상에서는 한국자동차시장의 폐쇄성을 공격하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이처럼 한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기 때문에 한미(韓美) 자동차협상이 쉽게 결말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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