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中國이 온다]현지진출 기업인들 고충

  • 입력 1997년 8월 22일 20시 08분


지난 94년 청도(靑島)에 문을 연 스포츠용장갑 생산업체 Y사. 공정이 까다로워 근로자의 숙련도가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중국근로자들의잦은이직으로 숙련공 양성에 애를 먹고 있었다. 이 회사 사장은 『중국인은 수시로 휴가를 달라 하고 허락하지 않으면 사직해버린다』며 『근로자들의 직업관이 안 서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중국인 근로자는 『한국인은 성질이 급하고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한다』고 불만이다. 서로의 생각이 이렇듯 다르다보니 노무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툭하면 분규가 발생했고 중국인 근로자의 잘못을 질책한 조선족 중간관리자가 공장밖에서 보복당하는 일도 있었다. 『상유정책 하유대책(上有政策 下有對策)이란 말이 있습니다.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밑에서는 핑곗거리를 만든다는 뜻이지요. 관리들의 부패때문에 법규와 현실이 따로 노는 현실을 빗댄 말입니다』 『중국에서 생활하려면 비자 공작증 취업증 외국인거류증 등 신분증이 4개나 있어야 합니다. 발행기관이 모두 다른데 각각 해마다 경신해야 해요』 『현지 근로자들이 한국인 사장을 우습게 봅니다. 이른바 중화(中華)사상 때문이죠』 현지 기업인들의 불평이었다. 이같은 문제가 워낙 심각하다보니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는 올해초 3,4개월간의 「중국 현지적응 연수과정」을 만들어 희망기업인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중국을 주로 「노임이 싼 생산기지」로 보는 반면 대기업들은 「엄청난 시장」으로 보고 있다. 현지 유통업체와 합작, 중국 내수시장공략을 본격화하는 등 긴 안목에서 뿌리부터 접근하고 있는 것. 『중국에 비효율 부패 태만 등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약점때문에 우리가 여기에 진출, 「경쟁력」을 가지고 사업하는 겁니다. 중국에서 비효율과 불합리가 사라지는 날 한국기업은 생존이 몹시 힘들어질 겁니다』 불편한 사업여건에 대해 불평하는 현지진출 기업인들에게 주는 田桂壽(전계수)가파치 천진(天津)공장사장의 충고였다. 〈북경·천진〓황의봉특파원·허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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