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자예비회담 각국입장]南-北,「의제설정」 평행선

  • 입력 1997년 8월 6일 20시 29분


4자회담 성사여부를 점칠수 있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입장은 5일 예비회담 첫날 회의에서 각국대표가 한 기조연설을 통해 대략적이나마 드러났다. 미국과 중국 수석대표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반면 회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한의 수석대표는 자국의 입장을 비교적 상세히 밝혔다. 회담 첫날 본회담 시기와 수석대표문제는 쉽게 합의를 봤다.그러나 남북한은 가장 큰 쟁점인 의제설정과 관련,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극적인 양보가 없는 한 예비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위기가 드리워지고 있다. 북한의 金桂寬(김계관)수석대표는 4자회담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유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상호평등의 원칙에 의해 北―美(북―미)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가 통일이 안되는 것은 외세때문이라며 주한미군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며 신랄한 비판을 계속했다. 김은 또 『남한과는 불가침협정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할 때는 북한과 미국이 당사국이 되어야 한다』며 한국을 배제하려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물론 韓美(한미) 양국은 이미 주한미군문제와 북―미 평화협정체결은 결코 본회담의 의제가 될수 없다는 공동입장을 확인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북한이 한미가 한사코 거부하는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추후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美中(미중) 양국이 이를 보증하는 형태의 평화체제 수립에 동의하면서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陳健(진건)대표는 『4자회담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회담에 애착을 보인뒤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항구적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법률적 제도적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위해서는 북―미간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주장을 거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측은 『어느 것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감안해 우리의 입장을 정하겠다』고만 말할뿐 주한미군문제나 평화협정 당사국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찰스 카트만대표는 『미국은 이 회담의 성공을 위해 전과정에 걸쳐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해 미국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회담을 성사시키고 결실을 얻어 내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한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기조연설의 내용상 중국이 북한과 뜻을 같이 하는 부분이 의외로 적은 것 같다고 전제한뒤 한미양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들을 북한이 얼마나 강하게 주장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타결여부가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