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女神」20년만에 부활…마리아칼라스 앨범 곧나와

  • 입력 1997년 6월 13일 08시 30분


올해는 전설적인 오페라 「디바(여신)」 마리아 칼라스의 사망 20주년. 전속음반사였던 EMI는 이를 기념, 그가 남긴 평생의 녹음을 엮어 「마리아 칼라스 이디션」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1차로 발매되는 20종의 앨범은 벨리니 「노르마」, 푸치니 「토스카」 등 대표적인 오페라 전곡음반으로 꾸며져 있다. 칼라스는 세계 음악팬의 「완벽한」 연인이었던가. 50, 60년대의 전성기동안 세계는 칼라스의 목소리 한 음 한 음뿐 아니라 그를 둘러싼 모든 일화에도 놓치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뚱보에서 미녀로의 갑작스런 변신,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염문…, 그는 전후 풍요시대 유럽세계의 「표상」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결함없는 이상(理想)의 여신은 아니었다. 그의 후배들과 비교해보자. 벨리니 「노르마」중 「정결한 여신」. 조안 서덜랜드의 초월적인 음성에 비해 칼라스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깔깔하다. 도니체티 「라메르무어의 루치아」중 「광란의 장면」. 셰릴 스투더의 깎아낸 듯한 콜로라투라(호흡을 이용한 목관악기식 표현) 기교는 칼라스를 저만큼 앞서간다. 푸치니 「라보엠」중 「그대의 찬손」. 미렐라 프레니의 정감에 찬 음성이 애절하게 가슴에 와 닿는데 비해 「성깔있는 듯한」 칼라스의 목소리는 영 제격이 아닌 것만 같다. 고역의 매끈하지 못한 처리는 때로 그의 숭배자들마저 실망시켰으며 화산석과 같은 카랑카랑한 음색 자체를 싫어한 음악팬도 많았다. 그렇다면 칼라스는 어떻게 「디바」가 되었을까. 지금까지의 대답은, 칼라스가 오페라라는 「드라마」의 성격을 완벽히 이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 연기와 노래 양쪽에서 칼라스는 타고난 「배우」, 즉 오페라용 가수였다. 무대에서 칼라스의 모습을 접했던 팬들은 「그의 존재 자체가 드라마를 빚어냈다」고 회상한다. 무대에 버티고 서서 증오를 뿜어내거나 허물어지듯 오열을 터뜨리는 칼라스의 모습은 장엄한 조각상과 같이 호소력이 있었다. 칼라스가 노래한 배역에는 제한이 없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구사한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의 신예 소프라노들이 호화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음성의 색채를 팔레트에 섞듯이 구사해내는데 반해 칼라스의 목소리 변화는 초보적인 수준의 「공명점 이동」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극적 서정적인 배역 모두를 어우르면서 청중을 사로잡았다. 극의 장면효과를 극대화할 줄 아는 칼라스의 천부적 재능 덕택이었다. 그러므로 칼라스의 제 모습을 만나려면 장면장면이 제대로 모인 오페라 전곡판으로 시작하는 것이 현명하다. 영화 「필라델피아」에서 칼라스가 부르는 조르다노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절규하는 장면에서 감동을 느꼈는가. 느꼈다면 언제든지 칼라스의 진면목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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