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4강 잇단 왕복외교…남북관계 개선여지 많아

  • 입력 1997년 4월 25일 20시 11분


한반도 주변 4강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모스크바에서 23일 정상회담을 갖고 대미 견제 공동보조를 선언한데 이어 25일에는 미국과 일본이 위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아시아정책에 관한 입장을 조율했다. 뿐만 아니다. 다음주에는 錢其琛(전기침)중국외교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하고 그 다음주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이 모스크바를 방문한다. 19세기 유럽외교사를 연상케 할 정도로 활발한 「왕복외교」가 바야흐로 한반도 주변에서 만개하고 있다. 4강의 「왕복외교」는 이른바 「세력균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보편적인 분석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신 세계질서」구축을 선언한 것은 힘의 중심이 지나치게 미국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이를 균형상태로 되돌려놓자는 것. 전문가들은 중―러가 미국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모스크바의 미국 캐나다연구소 소장 세르게이 로고프도 지적했지만 「중―러는 전통으로 보나 관심사로 보나 서로간에 결코 동맹국이 될 수 없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주변 4강의 입장과 전략은 남북한 모두에게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 예로 한국과는 지정학적으로 보다 중립적 위치에 있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나 중―러가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약화됐다는 점 등은 주목할 만하다는 것.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만약 남북한이 서로 직접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만 가지고 있다면 최근의 한반도 상황은 그만큼 개선의 여지가 많은 시점에 와 있다』고 말해 결정적인 시기에 남북대화에 진전이 없음을 아쉬워했다. 〈워싱턴〓이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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