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업 간부기피증 만연…대기업직원 80% 『거부』

  • 입력 1997년 4월 8일 20시 08분


『진급은 싫다. 평사원으로 남고 싶다』 미국 기업내에 진급기피증이 확산되고 있다. 어느 특정기업의 일이 아니고 미국사회의 전반적인 현상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을 상대로 한 워크숍에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80%가 진급이 싫다고 답변했다. 이 가운데는 간부가 평사원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대답도 포함되어 있다. 10년전 같은 조사에서 간부가 되고 싶어하는 비율이 70%를 넘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진급기피증의 가장 큰 이유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각종 회의에 끌려다니기 싫다는 것이다. 승진한 후 단 하루도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숨차게 움직이던 많은 간부들이 평사원으로 돌아가기 위해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번째 이유는 간부가 되어 일을 하면 할수록 회사의 기대치가 높아져 나중에는 서너사람 몫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하직원의 통솔외에도 회계 경영자문 인사 등 부서를 관장하기 위한 여러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다 보면 어떻게 사는 것이 참다운 인생인지조차 잊게 된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또 간부사원으로 일을 엄청나게 하면서도 회사로부터 받는 보상은 미미하다는 것도 진급기피증의 원인중 하나. 과거에는 회사주식을 나눠주거나 승용차를 제공하는 등 혜택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평균 10% 안팎의 급여인상이 고작이다.특히 기업이 경영혁신을 위해 구조개편을 할때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되는 대상이 간부사원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실제로 미국에서 최근 수년간 기업의 감량경영 바람이 몰아쳤을때 가장 먼저 회사를 떠나야 했던 부류는 간부사원들이었다. 기술직의 경우 진급기피증이 일반직보다 더 심하다. 새로 들어오는 평사원들이 신기술에 더 익숙해 통솔하는데 힘이 부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미 기업에서는 요즘 간부사원으로 승진했다가 평사원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 회사가 골치를 앓고 있다. 회사가 이를 묵살하면 서슴지 않고 사표를 내고 경쟁기업으로 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저널지는 진급기피증에는 『하기 싫은 일을 원망하면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이규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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