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소평 사망/중국은 어디로]변화하는 시민상

  • 입력 1997년 2월 24일 20시 22분


[북경〓황의봉특파원] 혁명세대이면서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鄧小平(등소평)의 죽음은 중국사회가 다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드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혁명원로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이 실질적으로 종말을 고함에 따라 정치는 물론 사회 각분야의 변화가 촉진될 것임이 틀림없다. 중국사회는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커다란 변화를 겪어왔다. 경제성장으로 소득이 향상됨에 따라 인민들의 일상생활이 눈에 띄게 개선돼온 게 사실이다. 등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역사상 처음으로 먹는 문제가 해결됐을 뿐 아니라 2억5천만명에 달하던 절대빈곤층이 6천5백만명으로 줄어들었다.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온포(溫飽)」가 실현됐고 물질적 풍요를 초보적으로나마 누리는 「소강(小康)」의 단계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중국인들은 자부한다. 생활수준의 향상이 가져온 중국사회 전반의 변화는 눈부실 정도다. 백화점과 대형쇼핑센터가 속속 들어서 소비를 주도하는가 하면 과거에는 꿈도 못꾸던 마이카족도 생겨나고 있다. 현재 북경에서 영업중이거나 신축중인 3천평 이상 규모의 대형백화점만도 1백70여개에 달한다. 자가용의 경우 2백50만여대가 보급돼 2억5천만 가구 기준 약 1%의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차량으로 대도시의 교통체증현상도 일상화되고 있다. 주로 자영업자와 대기업체 직원, 전문직종사자, 각기관의 간부 등으로 형성되고 있는 중산층은 이같은 소비 및 여가활동을 주도하고 인민들의 의식변화를 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미하지만 불량상품고발 등 소비자보호차원의 초보적인 시민운동도 태동중이다. 따라서 중산층이 확대될수록 시민사회의 성숙과 다원화과정을 급속도로 거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사회 발전의 앞길에는 장애물이 적지 않다. 물질만능풍조의 팽배로 인한 부작용, 특히 각종 부패의 확산이 최대의 위기요인으로 꼽힌다. 관료들의 공금유용 등 다양한 부패행위를 비롯해 탈세 밀수 가짜상품 지적소유권침해 등 일련의 부패구조는 정권의 안정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만연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도시와 농촌의 빈부격차로 인한 이농현상도 중국사회의 미래를 불안케 하는 요인이다. 경제가 발달된 연안지역의 소득은 낙후된 내륙지역보다 공식통계상 2배이상인 것으로 돼있으나 실제는 더 벌어져있다. 가장 부유한 지역인 상해(上海)와 극빈지역인 귀주성(貴州省)의 소득격차는 무려 10대1에 달한다. 이같은 빈부격차는 그 자체로 중국사회의 불안정 요인일 뿐 아니라 농촌인구의 대거 도시유입을 초래, 범죄 주택 식량 등 갖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북경의 경우 1천2백50여만명의 인구중 30%에 육박하는 3백60여만명이 외래유입인구로 집계된다. 전국 도시에는 외래유입인구가 8천만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江澤民(강택민)당총서기가 최근 정신문명건설을 새삼 주창하고 나선 것도 경제발전에 따른 부패만연 등 부작용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당국이 지난해부터 학문 언론 문예분야 등에 대한 당의 통제와 통일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마찬가지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등 사후 중국사회는 보다 다원화되고 활력있는 시민사회로 변화해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결론이다. 다소의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개혁개방정책이 포기될 수 없는 수준까지 진행된 이상 등소평의 사망에 관계없이 중국사회는 선진형으로 변모해 갈 전망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